<파리 테러> 오바마-공화 난민 정면충돌…하원의장·28개주 난민거부

<파리 테러> 오바마-공화 난민 정면충돌…하원의장·28개주 난민거부

입력 2015-11-18 07:24
업데이트 2015-11-1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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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금주 중 ‘난민거부법안’ 표결 강행…난민 관련 예산 동결 의도 난민 수용·추방 권한은 연방정부에…주정부 권한 없지만 갈등 불가피 트럼프 “오바마, 정신이상 아닌가”, 크리스티 “고아 난민도 받지말아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시리아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 파리 테러범 가운데 2명이 그리스에서 난민으로 등록한 후 프랑스로 입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난민을 가장한 테러리스트’ 잠입 우려가 현실화되자,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난민 수용 계획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난민의 면전에서 문을 세차게 닫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어긋난다. 우리는 난민들에게 마음을 닫아서는 안 된다”면서 내년 중 1만 명 난민 수용 계획을 예정대로 이행할 것임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이 장악한 주 정부가 잇따라 난민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한 데 이어 17일에는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까지 나서 난민수용 계획의 일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라이언 의장은 당 지도부 비공개 회동 후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은 미안함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 때다. 우리가 항상 난민들을 환영해 왔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우리의 이런 호의를 악용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면서 “현 시점에서 신중하고 책임 있는 조치는 테러리스트들이 난민 행렬에 뒤섞여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될 때까지 난민 수용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의장은 특히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라면서 “국토안보위·군사위·정보위·세출위·사법위·외교위 등 관련 상임위원장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난민 문제에 대한 중단기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리처드 허드슨(노스캐롤라이나) 의원 등이 이미 발의한 난민 관련 법안을 손질해 이르면 금주 중 난민수용 금지 법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에는 국토안보부와 국무부, 국방부 세출법안 가운데 난민 관련 예산의 집행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 예산을 동결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난민 수용 정책을 좌절시키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자명해 양측 간 갈등은 첨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하원과 별개로 상원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상태다.

공화당이 장악한 주 정부들도 잇따라 난민수용 거부 방침을 선언하고 나섰다.

미시간과 앨라배마 주가 파리 테러 발생 이틀 후인 지난 15일 가장 먼저 난민 수용 거부 방침을 밝힌 뒤 다른 주들이 잇따라 동참하면서 이날 현재까지 총 28개 주가 난민 수용 거부를 공개로 선언했다.

28개 주는 앨라배마·애리조나·아칸소·플로리다·조지아·아이다호·일리노이·인디애나·아이오와·캔자스·루이지애나·메인·메릴랜드·매사추세츠·미시간·미시시피·네브래스카·네바다·뉴햄프셔·뉴저지·뉴멕시코·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오클라호마·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텍사스·위스콘신 등이다.

이 중 뉴햄프셔 주를 빼고는 모두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공화당이 장악한 곳이다.

또 오하이오(주지사 존 케이식)와 뉴저지(크리스 크리스티), 루이지애나(바비 진달) 주 3곳은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들이 주지사로 있는 지역이다.

총 50개 주 가운데 민주당 소속 존 히켄루퍼 콜로라도 주지사만 유일하게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로, 앞으로 나머지 21개 주 가운데서도 난민수용 거부 행렬에 동참하는 주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헌법상 이민자를 포함해 난민을 수용하고 추방할 권한은 주 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에 있다는 데 있다. 주 정부가 현실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난민 수용 및 분산 배치 계획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이날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사실 우리는 권한이 없다. 단지 우리의 우려를 표명할 뿐”이라며 법적 권한상의 한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법적 권한 여부를 떠나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격한 갈등을 빚으면서 난민 수용 및 배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주지사 출신 이외의 나머지 공화당 대선 주자들도 난민 수용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어 난민 문제는 대선 내내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에서 “우리 이 위대한 나라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그들은 IS 대원일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지금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정신이상 아닌가”라고 비아냥거렸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전날 보수성향 라디오 ‘휴 휴잇’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시리아 난민, 특히 5세 미만의 고아 난민이라도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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