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동맹약화 우려 불식 의미
제임스 매티스 미국 새 행정부의 국방장관이 다음 달 1∼4일 한국과 일본 방문길에 오른다.취임 후 첫 외국 순방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각료 가운데서도 첫 외국 출장이다.
이처럼 매티스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첫 외국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한 것은, 그것도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키로 한 것은 군사·외교적으로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따른 동맹약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직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의 단절 및 차별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폐기 또는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매티스 장관의 이번 한일 방문은 정권을 초월해 아시아 동맹을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한국 우선 방문에는 북한의 직접 위협에 놓인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 약속 재확인과 더불어 한국과 긴밀히 공조하며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을 겨냥한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이번 방문이 일본 및 한국과의 지속적 동맹 책임을 강조하고 미국과 일본, 한국 간 안보협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FP통신은 매티스 장관의 이번 한일 양국 순방은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두 오랜 동맹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했었다고 상기시켰다.
이번 첫 한일 순방에는 매티스 장관의 개인적 신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성 장군 출신으로 ‘미친개’(Mad dog)라는 별명을 가진 매티스 장관은 개인적으로 동맹을 가치를 신봉하는 확고한 동맹강화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강한 동맹과 함께하는 국가들은 번영하고 동맹이 없는 국가들은 약해진다”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군철수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또 취임 직후 국방부 직원들과 전 세계 미군에 보낸 첫 메시지를 통해서도 “친구들 없이 안전한 나라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동맹국과의 관계강화를 위해 국무부와 협력할 것”이라며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따라서 매티스 장관은 다음 달 2일 서울에서 한민구 국방장관, 3일 도쿄에서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과 각각 회담을 갖고 동맹강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북핵 위협과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매티스 장관은 인준청문회 당시 북핵 위협 관련 질문에 “북한 정권의 지속적인 도발적 언행으로 인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정교한 탄도미사일 능력을 지속해서 개발해 나가고 있다”며 북핵 위협을 거론하면서 북한 선제타격론에 대해 “어떤 것도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백악관도 이미 지난달 20일 정권 출범과 동시에 홈페이지에 북한의 핵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매티스 장관이 이번 첫 방문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유럽, 그리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동맹이 돈을 많이 벌면서도 방위비는 쥐꼬리만큼 분담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지난 20일 취임 연설에서도 우회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했다.
외교 소식통은 “매티스 장관의 예상보다 빠른 한일 방문, 특히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하는 것은 새 정부가 동맹강화와 더불어 동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여러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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