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 전화통화·이란은 입국금지…트럼프 중동정책 윤곽

사우디와 전화통화·이란은 입국금지…트럼프 중동정책 윤곽

입력 2017-01-30 17:45
업데이트 2017-01-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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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주축 ‘시아파 벨트’ 美입국금지 선공, 사우디·UAE 수니파 걸프국과 전통적 협력 다짐

대통령 선거 유세기간 종잡을 수 없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거리를 두고 이란 핵협상을 추진하면서 중동 현안에 직접 개입을 최소화한 버락 오바마 전 정부의 중동 정책을 뒤엎는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 이슬람국가(IS)를 확실히 격퇴하겠다는 ‘선언적 공약’ 외에는 중동 정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의 중동 정책은 27일(현지시간) 이란, 이라크 등 이슬람권 7개국의 미국 입국을 최소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색깔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에 대한 테러 위험국으로 지정해 입국을 금지한 나라 중 중동 국가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 4개국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란의 영향권 안에 있는 ‘시아파 벨트’(이라크·시리아)이거나 이란의 개입이 강하게 의심되는 곳(예멘)이다.

이와 관련, 미국 CNN은 1980년 난민법 제정이후 이들 국가 출신의 난민이 사망자가 생긴 미국 내 테러와 연루된 적은 없다고 반박하는 보도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언급한 9·11 테러범 19명의 출신지는 이번 입국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 사우디(15명), 아랍에미리트(2), 레바논(1), 이집트(1)였다.

IS에 가담한 외국인 조직원의 국적은 튀니지, 사우디, 러시아, 모로코, 요르단, 프랑스, 레바논, 독일, 터키, 이집트 등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입국금지는 테러 위협과 관련한 객관적 근거에 따른 결정이라기보다 이란을 힘으로 압박해보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에 부정적인 점을 고려하면 대(對)이란 강경책은 올해 5월 있을 이란 대통령 선거의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과 적대국인 미국의 강경 노선은 이란 내부의 반미 보수파의 결집을 유도해 핵합의를 이뤄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재선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이번 행정명령에 이라크를 포함한 것은 친이란 성향의 이라크 시아파 정부에 압력을 가해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 정부는 친이란 시아파 진영이 미국 정부에 보복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데도 미국의 군사·경제적 지원 탓에 유감 성명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전 정부와 소원해졌던 사우디와는 관계를 회복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을 이끄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정상과 전화통화로 협력을 다짐하면서 대이란 정책과는 대조된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 국왕은 내전 중인 시리아와 예멘에 난민을 위한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대테러 정책에 협력키로 했다. 또 ‘이란의 활동에 대처할 필요성’에도 공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같은 날 셰이크 모하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자와 전화 통화로 중동의 안정과 극단주의에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기간 ‘테러조직에 가장 돈을 많이 대는 곳’이라고 비난하기도 했고 “걸프 국가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는 데 비용을 미국에 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중동에 무슨 다툼이 있을 때마다 사우디에 군함과 전투기를 보냈지만 우리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사우디는 하루에 10억 달러를 (석유로) 벌지 않느냐”고 불평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의 중동 정책은 사우디를 위시한 걸프 수니파 왕정을 지렛대 삼아 이란이 주축인 시아파 벨트를 묶는 이전 조지 부시 정권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IS 격퇴가 중동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만큼 중동의 주요 플레이어로 등장한 러시아와는 협력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미국으로선 중동에서 러시아와 접촉면을 넓히면 그간 시리아·IS 사태를 놓고 협력했던 이란과 러시아의 관계도 흔드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중동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시리아와 예멘 내전, IS 격퇴전에서 이란을 빼놓고는 해법이 난망한만큼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 이란 압박이 실제 중동 현안을 풀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와 달리 트럼프 정부가 이스라엘에 더 밀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대해 이슬람권의 반발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을 옹호하고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정서는 사우디와 이란을 가리지 않는 탓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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