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약범 사살 경찰에 성과급 35만원…초법적 처형 조장”

“필리핀, 마약범 사살 경찰에 성과급 35만원…초법적 처형 조장”

입력 2017-02-01 14:08
수정 2017-02-0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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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마약과 전쟁’ 희생자는 빈곤층…반인륜범죄 가능성 경고

필리핀 경찰관이 마약용의자 1명을 사살할 때마다 최고 35만 원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주장이 국제 인권단체의 제기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시한 유혈 마약 소탕전이 이 같은 성과급 지급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묻지마’ 식 마약용의자 사살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1일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보고서에서 “마약이 아닌 빈곤층과의 전쟁으로, 증거도 제대로 없이 마약 투약 또는 판매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인권단체는 필리핀에서 59명이 사살된 33건의 마약 사건을 조사하고 110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이 보고서를 내놨다.

티라나 하산 국제앰네스티 위기대응국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범죄를 없애겠다고 약속한 도로들이 경찰에 의해 불법적으로 살해된 사람들의 시신으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을 도린 경찰관들이 마약 단속을 내세워 초법적 처형을 하고 있다며 이를 ‘살인의 경제’라고 불렀다.

마닐라에서 활동하는 한 마약단속 경찰관은 국제앰네스티에 마약용의자 1명을 죽이며 8천∼1만5천 페소(18만∼35만 원)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돈을 본부로부터 현금으로 비밀리에 받는다”며 “마약용의자를 체포했을 때는 성과급이 없다”고 덧붙였다.

2명의 청부살인업자는 한 경찰관으로부터 마약사범 사살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약 투약자를 죽이면 5천 페소(12만 원), 마약 판매상을 살해하면 1만∼1만5천 페소(23만∼35만 원)가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경찰관은 장례업자에게 마약사범 시신을 보내고 뒷돈을 받는다고 국제앰네스티는 밝혔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약 7천 명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됐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힘없는 빈곤층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속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리핀 중부 관광도시 세부에 사는 게너 론디나(38)는 자신의 집에 들이닥친 경찰관들에 의해 사살됐다. 그는 “항복한다”며 바닥에 엎드렸지만 경찰이 총으로 쏜 뒤 시신을 집 밖으로 돼지처럼 끌고 가 하수구 옆에 버렸다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초법적 처형이 반인륜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두테르테 정부가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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