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남 피살] 리정철, 출근 안 하고 월급도 안 받아… ‘위장취업’한 듯

[北 김정남 피살] 리정철, 출근 안 하고 월급도 안 받아… ‘위장취업’한 듯

입력 2017-02-20 23:00
수정 2017-02-2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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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경찰 수사 안팎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 리정철은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i-KAD)을 갖고 취업한 것으로 돼 있지만, 평소에는 해당 업체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을 정보기술(IT) 부문 직원으로 고용한 것으로 돼 있는 현지 건강보조식품업체 ‘톰보 엔터프라이즈 SDN’ 측은 20일 “리정철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계약서상 이 회사는 매달 리정철에게 5000 링깃(약 128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 리정철은 이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은 사실이 없다. 리정철은 외화벌이보다 근로자 신분 자체가 목적이었을 수 있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리정철은 “사건 당일 공항에 가지도 않았고 김정남 암살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은 오히려 공항 폐쇄회로(CC)TV에도 자신의 얼굴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현지 중국어 매체가 19일 보도했다.

리정철은 또 경찰에 먼저 체포된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 등 여성 용의자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 경찰은 또 다른 용의자 홍송학(34), 리지현(33), 오종길(55), 리재남(57) 등이 공항에 도착할 당시 이용한 차량 번호를 통해 리정철의 신분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리정철이 도망간 용의자 4명이 사용한 차량 소유자로 운전기사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도망간 4명의 용의자가 이용할 호텔을 소개하고 현장을 안내하는 후방 지원과 잡무를 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말레이 경찰은 홍송학 등 4명의 행방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협력해 쫓고 있지만, 북한으로 도주했다면 이들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은 지난 13일 출국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17일쯤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인터폴에 가입했지만 북한은 가입하지 않았다. 범죄인 체포와 송환을 위해서는 해당국 간에 범죄인인도협정을 맺어야 하지만 북한과 말레이 사이에는 범죄인인도협정도 맺어져 있지 않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 보건부 장관은 이날 “김정남의 부검 결과가 이르면 22일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암살당한 북한 남성이 “여권에 나온 대로 북한 국민이며 이름은 김철”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에도 이 남성의 신원을 이렇게만 확인해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금껏 한번도 사망자의 신원이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과 북한을 연결 지으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로 분석된다.

쿠알라룸푸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7-02-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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