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법원 ‘직장내 히잡 금지’ 허용…“종교중립 경영 적법”

EU법원 ‘직장내 히잡 금지’ 허용…“종교중립 경영 적법”

입력 2017-03-15 10:39
업데이트 2017-03-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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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내 반응 엇갈려…“사회 세속성 지지” vs “소수자 차별”

종교적 상징물로 인식될 수 있는 스카프의 착용을 일터에서 금지하는 게 적법하다는 유럽연합(EU) 최고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4일(현지시간) 고용주가 특정한 환경에 한해 사업장에서 이 같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공이나 민간 부문을 가리지 않고 고용주가 고객들을 향해 중립적인 이미지를 내비치기를 원하는 것은 적법하다”며 “근로자들이 고객들과 접촉하는 곳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밝혔다.

다른 종교적인 상징물 전반에 걸쳐 금지 규정이 적용된다면 직접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무슬림 베일뿐 아니라 터번, 유대인 모자, 기독교인 십자가 등이 같은 합당한 사유로 일괄 규제된다면 금지가 정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체들의 이런 복장규정이 무슬림을 포함해 여러 다른 신앙을 겉으로 드러내는 근로자에 대한 간접적 차별이 될 소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 이유로 기업이 종교적 중립성 정책을 영리활동의 핵심으로 여기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금지가 허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일터에서 히잡을 벗기를 거부하다가 해고된 벨기에, 프랑스 여성들과 관련해 EU 법규를 명확하게 하는 차원에서 나왔다.

이번 판결을 두고 유럽 내 정치, 종교, 시민단체의 반응은 엇갈렸다.

프랑스 우파 공화당의 대선주자 프랑수아 피용은 “크게 안심된다”며 “종교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제동을 걸고 사회의 세속적 본질을 수호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유럽랍비회의의 최고 랍비인 핀차드 골드슈미트는 “인종주의 때문에 일어난 사건과 그 판결”이라며 “유럽이 신앙공동체를 더는 환영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반발했다.

골드슈미트는 유럽이 종교적 소수자를 고립시키지 말고 다양성이 있는 열린 대륙으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정치 지도자들이 확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내스티 인터내셔널의 존 달루이센은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고용주가 근로자를 차별할 큰 재량권을 줬다”고 비판했다.

영국 로펌인 가울링WLG의 조너선 챔벌레인은 “EU 판결은 영국 정부가 수년간 이어온 접근법과 상통한다”며 “고용주가 복장규정을 운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적용은 종교적 신념을 고려해서 민감하고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챔벌레인은 “고용주가 특정 고객이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하지 말라고 근로자에게 명령하는 식의 사안은 용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요 선거를 앞둔 유럽에서는 정치권이 대중의 무슬림 반감을 의식해 부르카, 니캅과 같은 무슬림 여성들의 전신 베일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작년 8월 무슬림 여성들의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를 금지하는 지방정부의 조치를 옹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작년 12월 안보 이유를 들어 부르카와 니캅을 부분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지지했다.

오스트리아 집권연정도 반무슬림 극우당의 급성장에 놀란 나머지 부르카와 니캅을 법원, 학교에서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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