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중재로 접점 모색”…미일연합에 WD 포함 가능성도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둘러싸고 극한 신경전을 벌여온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WD)의 수뇌가 최악사태 피하기에 나섰다.11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 욧카이치공장에서 공동생산 중인 WD의 스티브 밀리건 최고경영자(CEO)와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10일 도쿄에 있는 도시바 본사에서 전격 회담했다.
이날 회동은 도시바메모리를 다른 회사에 파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는 WD를 향해 도시바 측이 “(WD)기술자도 쫓아내겠다”며 양사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회담에서도 양측 논의는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일단 최악의 파국은 피하면서 접점 찾기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양사 간 다툼은 지난 4월 WD가 도시바메모리 입찰 과정에서 타사에 대한 매각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합작관계인) 우리가 매각 거부권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도시바에 보내며 불거졌다.
이에 도시바는 지난 3일자 서한에서 원래 도시바의 협업상대였던 미국 선디스크를 WD가 2016년 인수할 때도 도시바 동의를 얻지 않았던 만큼 WD에는 매각 거부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달 15일까지 매각방해행위를 중단하겠다는 답이 없으면 욧카이치공장에서 WD 기술자를 쫓아내겠다고 경고했다.
도시바 측은 이 서한에 대해 “공격이 아니고 방어용”이라고 설명했지만 WD는 “협박받는 기분”이라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미국 투자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미일연합세력이 오는 19일 마감하는 2차 입찰에 2조엔(약 20조원)을 제시해 참가할 전망이다.
1차입찰 통과 업체는 미국 브로드컴과 WD, 한국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4개 진영이며, 미일연합에서 브로드컴이 핵심업체로 알려지며 WD가 반발했다.
그런데 이 미일연합세력에 WD도 참가시키는 것을 통해 WD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움직임이 일본 정부나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미국 정부도 동의하는 안이라고 한다.
이러한 구상은 WD와의 대립이 장기화돼 우선 협상자 선장이 늦어지면 내년 3월말까지 도시바의 채무초과 상태가 해소되지 않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도시바와 WD는 현재 “감정적인 대립 상태에 빠진 상황”으로, 일본의 주무 부서인 경제산업성이 둘 사이의 관계를 정상화시키 위해 중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현재 WD 단독으로는 1조6천억엔 정도의 입찰액으로 알려져 3조엔 정도를 제시한 훙하이 등 다른 진영에 비해 입찰 경쟁에서 밀리는 구도다. WD는 도시바 반도체에 집착이 계속 강하다.
따라서 미일연합을 원하는 일본과 미국 정부, 그리고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고 싶은 도시바는 물론 합작 지속을 원하는 WD까지 만족시키는 방안을 찾으려는 막판 모색 결과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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