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한달에 두번 ‘취미’로 여객기 조종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부업이 20여 년 만에 공개돼 화제다.국왕의 부업은 다름 아닌 네덜란드 국적 항공사 KLM의 부조종사.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알렉산더르 국왕은 최근 네덜란드 일간 텔레그라프(Telegraaf)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1년간 왕실업무와는 별도로 한 달에 두 번 부기장으로 KLM 소속 여객기를 몰았다고 밝혔다.
정식 항공조종사 자격증을 갖춘 알렉산더르 국왕이 이따금 취미로 비행기를 운항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 승객을 태운 여객기를 정기적으로 몰았다는 사실은 이번 인터뷰로 처음 공개됐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이번 주 초 마르턴 퓌트만 기장과 함께 노르웨이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몰던 비행기 기종이 최근 포커기(機)에서 보잉 737기로 바뀌었지만 계속 조종간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이전에도 왕실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보잉 747기 등 많은 승객이 탄 여객기를 모는 것을 꿈꿨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조종사는 비행기와 승객, 승무원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땅에서의 고민을 하늘까지 가져갈 순 없다. 여기서 잡고 있던 것들을 완전히 놓고,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비행하는 시간이 자신에게 가장 편한 순간이라며 “비행은 그냥 환상적이다”고 강조했다.
퓌트만 기장도 “KLM항공 제복을 입으면 나는 지휘관이고, 국왕은 부조종사가 된다. 몇 시간 후에도 그는 항상 날카롭다”고 말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KLM 부조종사로 일하며 자신의 신원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조종사와 달리 부조종사는 이름을 공개할 필요가 없고, KLM사(社)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면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승객들은 조종석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존재를 알아챘다고 알렉산더르 국왕은 전했다.
그는 “9·11 테러 이전에만 해도 조종석이 개방돼 승객들이 조종석에 앉아있는 나를 보고 놀라곤 했다”면서 테러 이후에는 보안이 강화돼 그런 승객은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르 국왕은 지난 2013년에 어머니 베아트릭스 여왕으로부터 권좌를 넘겨받아 네덜란드에서 123년간의 ‘여왕 시대’를 끝내고 즉위했다.
그는 맥주를 좋아해 ‘맥주 왕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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