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범 표적 전락…성매매·장기매매 내몰려
보호자 없이 ‘나홀로’ 난민길에 오른 어린이가 최근 2년 새 30만명으로 급증했다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AP통신에 따르면 유니세프가 2015~2016년 전 세계 80개국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어린이 수를 집계한 결과, 유럽에서 17만명,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10만명 등 전체적으로 30만명 이상이 혈혈단신 신세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6만6천명)에 비하면 5배로 불어난 규모로, 전체적인 난민 수 증가와 함께 어린이 난민도 급증했다고 유니세프는 설명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를 감안하면 실제 보호자 없이 떠도는 어린이 난민은 이보다 많을 전망이다.
난민 어린이 대부분은 에리트레아, 감비아, 나이지리아, 이집트, 기니 등 아프리카와 중동의 내전 지역 출신으로,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오는 과정에서 지난해만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까스로 살아남는다고 해도 이들은 보호자 없이 이국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지난해 이탈리아로 입국한 어린이 난민 중 92%는 보호자가 없거나 오는 도중에 가족이나 친지와 헤어져 졸지에 ‘나홀로’ 난민 신세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성년인 이들에게 접근,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노예로 팔아넘기거나 성매매를 강요하는 인신매매범이 들끓는다는 것이다.
유니세프는 중남미나 카리브 해 지역에서 탈출한 어린이 난민 5명 중 3명은 인신매매 시장에서 팔려나간다는 통계가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장기가 적출된 사례도 있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한 17세 소녀는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한 인신매매범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저스틴 포사이스 유니세프 사무차장은 “우리가 이런 약탈자들에게서 아이들을 적절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유니세프는 난민 수용소에 있는 어린이 난민에 대해서도 더욱 세심한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은 과밀 상태의 수용소에서 어른들과 뒤섞여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이 다른 수용소를 찾아 떠나거나 길거리를 배회하다 위험에 처하는 사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니세프는 이들을 성인과 같은 수용소에 배치해서는 안 되며 가정 위탁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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