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문제 등 이견 드러내…방위비 분담 문제로도 입장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두 정상은 기후변화 문제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을 놓고 견해차를 재확인했다.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브뤼셀을 방문한 트럼프와 마크롱은 이날 점심에 미국대사관저에서 회동하고 송아지 안심과 벨기에 초콜릿 무스를 곁들여 점심을 함께했다.
이번 회동의 ‘호스트’ 격인 트럼프는 마크롱과 대면하고서 “놀라운 선거운동 끝에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면서 “전 세계가 당신의 대선 승리를 얘기하고 있다”며 덕담을 건넸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면서 “경제, 테러와의 전쟁,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등 우리 둘이 논의할 게 참 많다. 우리가 세계의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덕담과 굳은 악수로 시작한 첫 만남은 그러나 서로의 견해차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두 정상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 등 시리아 사태, 미국이 주도하는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들로서 국제안보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마크롱은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분쟁 당사국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로드맵 마련에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의견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나토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 파리 기후협정 등에 대해서도 서로의 견해차를 재확인했다.
파리 기후협정은 두 사람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는 중국이 지어낸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당선되면 파리협정 탈퇴를 공언해 왔다.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해 중국(약 25%)의 뒤를 잇고 있다.
마크롱은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에게 파리협정을 탈퇴 방침의 재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재검토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에게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서도 파리협정은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마크롱은 “어떤 경우에도 성급한 결정은 없어야 한다. 파리협정의 전 지구적인 성격을 감안하면 이를 지켜야 할 공동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자회동이 끝나고 백악관 측은 기후변화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트럼프가 프랑스에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나토 집계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의 GDP 대비 국방지출은 1.8% 가량이다.
양국정상의 점심 회동은 서로의 세계관이 극명히 엇갈리고 스타일도 달라서 시작 전부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트럼프는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의 결선라이벌인 극우정당 후보 마린 르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는 등 마크롱과는 만남 전부터 ‘악연’이 있다.
또한, 유럽연합(EI)과 맺은 무역협정을 폐기하고 유럽 각국과 개별적인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와, EU의 결속력 강화를 주장해온 마크롱의 의견이 이번 첫 회동에서 첨예하게 맞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마크롱은 이번 만남에 대해 “온화한 분위기에서 실용적으로 대화가 이뤄졌다”면서도 “대화는 매우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이뤄졌다.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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