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버그 “中, 대북 압력 제대로 안할 것…통일 막으려는 中 전략 간과 안돼”
미국의 북핵 문제 전문가들은 29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를 방치한다면 결국엔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핵을 운반할 ICBM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특히 북한이 ICBM 개발에 속도를 가하고 있는데도 이를 저지할 뚜렷할 수단이 별로 없다는 데 대해 일제히 큰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번 발사 성공으로 북한의 ICBM 능력이 크게 진전되긴 했지만, 실전 배치의 핵심 관건인 재진입체 기술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가늠할 수 없고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발사 시험 성공적…재진입 기술 못갖게 막아야” = 앨런 롬버그 스팀슨 센터 석좌연구원은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시험 발사는 성공적이었다”면서도 “미 본토까지 ‘도달하는 것’과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성공적인 재진입은 달성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결국 성공할 것으로 가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ICBM 공격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도록 할 수 있는 일이 사실 없다”면서 “북한을 국제사회의 품에 안기게 함으로써 북핵 프로그램에 접근하는 길이 있을 수도 있지만, 북한 정권이 붕괴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멀리 떨어진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개발 속도가 느려지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우리는 효과적인 억제 방안과 강력한 군사력에 의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시험 발사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ICBM 개발) 시간표를 앞당기려고 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결국 북한은 ICBM 능력을 갖추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발사 시험 결과에 대해 “재진입체가 불에 타 없어지지 않고 미사일이 떨어졌는지 확실치 않고, 얼마나 무거운 핵탄두를 싣고 그러한 사거리를 낼 수 있는지 등은 여전히 의문점”이라고 지적했다.
매닝 연구원은 이런 점들을 들어 이르면 내년에 미 본토까지 핵을 운반할 발사체를 북한이 가질 수도 있다는 국방부의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ICBM 개발까지는 3~4년이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이번 시험 발사로 제3단계에 진입했다면 ICBM 개발 프로그램의 중요한 족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군연구소의 켄 가우스 박사도 “발사는 성공적이었고 미 대륙의 상당 부분까지 도달할 능력을 보여준 북한 ICBM의 기술적 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르면 내년에 미 본토를 타격할 수준이 될 것이란 국방부 내 전망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그렇게 하려면 핵탄두를 소형화해야 미사일에 부착해야 하고,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탄두가 훼손되지 않아야 하며, 표적을 맞힐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술을 갖추려면 2~5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부품공급망 차단·안전보장 통한 협상 등 해법 거론 = 매닝 연구원은 북한의 북핵 프로그램을 저지할 방안으로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에 있는 전진 기지로서의 부품공급망을 폐쇄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과 핵폭탄을 만드는 데는 복잡한 부품공급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우스 박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은 효과가 없을 것이고 북한 핵 개발을 막지 못하게 돼 있다”면서 “정권의 생존과 김씨 정권의 영속이라는 유훈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압박만으로는 김정은의 계산법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우스 박사는 “김정은은 압박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반면 국내외적으로 힘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그의 정통성이 거기에 달려있다”면서 “따라서 최대의 압박 작전은 오히려 북한이 생존에 절대 요소라고 여기는 핵 억제력을 갖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김정은의 계산법을 바꾸려면 압박뿐 아니라 안전보장을 진지하게 걸고 북한과 관계를 갖는 균형 잡힌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인센티브까지 더해지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느냐, 아니면 정권 교체의 위협을 받으며 고립되느냐의 선택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행동은 안돼…가능성 희박” = 군사 옵션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보이며 실행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
롬버그 연구원은 군사 옵션에 대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군사 옵션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그렇더라도 북한이 핵 능력을 ‘한국과 일본을 공격할 자유’로 오판한다면, 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따라서 (한미) 합동 억제력과 군사력이 강력하다는 점과 함께, 만약 북한이 재래식이든 핵을 통해서든 침략을 하거나, 침략 위협을 한다면 그러한 억제력과 군사력이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주지하도록 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닝 연구원 역시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북한의 엄청난 재래식 무기를 거론하면서 “수십만의 희생자를 기꺼이 감수할 의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제 타격 옵션은 실행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는 북한이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할 경우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군사행동을 통해 북한 정권을 붕괴하고 한국 주도의 무력 통일이 될 것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한) 그 바보 같은 트윗 글 대신에 이런 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우스 박사도 “어떠한 군사적 옵션도 서울에서의 수많은 인명 손실과 파괴를 야기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 능력을 갖지 못하게 하려고 그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가치는 없다”며 외교적 해법을 주문했다.
“김정은은 핵을 한반도 통일의 도구로 여기지 않으며, (레짐 체인지를 막을) 억지력 이상의 가치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선제공격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어질 경우라 해도 ▲북한의 보복과 반격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공격 후 일어날 북한 내부의 혼란과 위험성에 어떻게 대응할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반드시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中 믿을 수 없는 나라…미국 동맹과 접경 두려워해” = 롬버그 연구원은 중국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은 애초 불가능한 것이었다는(never in the cards) 시각을 보였다.
롬버그 연구원은 “중국이 북한의 안정을 위태롭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결코 전력을 다해 북한에 압력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과 혼란을 피하고 한반도 통일을 막으려는, 그래서 미국과 동맹을 맺은 통일 한국을 국경에 접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전략적 관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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