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경질과 폼페이오 기용에 NYT·블룸버그 ‘기대·우려 교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대북 강경파로 평가돼온 마이크 폼페이오(54)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후임에 지명한 것을 두고 주요 외신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화 제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원조 매파’ 폼페이오 국장의 등장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손발이 더 잘 맞고, 의회와도 관계가 무난한 폼페이오 국장이 국무장관 역할을 더 잘 수행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NYT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틸러슨 장관을 그리워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틸러슨 장관 교체로 (상황이) 더 악화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퇴장을 유감스럽게 여길 이유가 있다”며 대북 강경화를 우려했다.
틸러슨 장관은 최소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현실적인 목소리를 내온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몇 안 되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다. 틸러슨 장관은 러시아의 위협을 인정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과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지지했고, 이란 핵 합의 준수를 트럼프 대통령에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특성 때문에 틸러슨 장관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매티스 국방장관 등과 함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NYT는 그러나 틸러슨 장관에 대해 “가장 미약하고 무력했던 국무장관 중의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 첫 국무장관으로서의 그의 역할에 대해 혹평했다.
외교나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아무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성마른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예산삭감 등 인력·조직감축에 나서면서 국무부를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지명자에 대해서는 매파적 접근이 북한이나 이란을 포함해 주요 국가 안보이슈에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NYT는 우려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이 떠나면 폼페이오 지명자가 바통을 받아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회담에서 이뤄질 큰 틀의 담판 이후 뒷일을 챙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국장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밀어붙였고, 심지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암살’을 넌지시 내비친 적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틸러슨은 실패했지만 폼페이오는 성공할지 모른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무장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는 폼페이오 국장이 전임자보다 국무장관의 역할을 더 성공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등을 통해 틸러슨 장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했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매파’인 폼페이오 국장은 이란 핵문제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외교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게다가 틸러슨 장관의 저돌적인 예산 삭감이나 조직 개편 계획도 좋은 평을 얻지 못하며 국무부는 물론 의회 내의 우호 세력까지 등을 돌렸다.
이런 점에서 폼페이오 국장은 의회의 신임을 얻을 가능성도 커보인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그렇다고 폼페이오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모두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몇몇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과 반대되는 의견을 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IA 국장 인준 청문회에서 고문 기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국장이 국무장관이 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본능’ 제어가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고, 도움이 안 되는 트위터를 올리며, 외교 정책의 넓고 불분명한 분야를 계속 가족에게 맡기는 방식을 고집할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국무장관의 성공 여부는 ‘보스’를 설득해 외교 정책에서 ‘자신만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을 버리도록 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