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때리기’ 점입가경…“‘5G 굴기’ 짓밟기”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 점입가경…“‘5G 굴기’ 짓밟기”

김태이 기자
입력 2018-12-07 13:37
수정 2018-12-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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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5G 장비 ‘비토’ 주도 이어 핵심부품 수출금지 등 본격 제재 예고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구로 캐나다에서 체포돼 큰 파문이 인 가운데 미국이 본격적인 5G(5세대 이동통신) 진입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중국의 ‘5G 굴기’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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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 로고. 2018.12.06  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2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 로고. 2018.12.06
AFP 연합뉴스
중국의 한 경제 소식통은 7일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고 자랑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5G”라며 “5G 산업을 선도하는 화웨이가 미국의 직접적인 타깃이 된 것은 주목해볼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으로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진 런정페이(任正非)가 설립한 화웨이의 장비가 중국 정부의 사이버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주도적으로 제기하면서 자국은 물론 주요 동맹국들에까지 화웨이의 통신장비 구매를 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다.

미국은 이미 2012년 화웨이와 ZTE(중싱<中興>통신)의 통신망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최근까지 호주, 뉴질랜드도 화웨이 5G 장비 ‘비토’에 동참했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 속에서 최근엔 유럽 동맹국인 영국과 독일도 5G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영국은 이미 운영 중인 3세대(3G)와 4세대(4G)망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퇴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향후 5G 구축 사업에서도 화웨이를 배제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동통신 중계기 등 통신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화웨이는 5G 기술력, 가격 경쟁력, 양산 능력 면에서 경쟁사들에 우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집요한 ‘훼방’으로 주요 선진국 시장 진입에 실패하면서 5G 시장 선점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체포된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웨이가 앞으로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앞서 ZTE가 이란·북한 제재 위반 문제로 지난 4월 미국 기업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살 수 없게 되는 제재를 당하면서 제품 생산이 장기간 중단되는 등 도산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당국이 이후 같은 수순을 밟는다면 적지 않은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조달하는 화웨이 역시 안정적 제품 생산을 장담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후자밍 캐피탈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ZTE처럼 화웨이도 미국의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며 “공급업체들을 미국 밖의 회사들로 바꾸려고 해도 공급망 운영과 전체적인 비즈니스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의 제재수위에 따라 화웨이가 미국뿐만 아니라 제3국에도 핵심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들어 치열하게 전개된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주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 수준으로 도약하려는 중국과 기존의 우월적 지위를 사수하려는 미국과의 ‘기술 전쟁’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관련된 대표적 기업인 푸젠진화반도체(JHICC, Fujian Jinhua Integrated Circuit)에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조처를 했다. 나아가 미국 정부는 푸젠진화반도체를 미국 마이크론 기술 절취 혐의로 기소했다.

또 중국을 겨냥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양자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에 필요한 부품 공급의 추출 제한에 착수하는 등 미국 정부는 기술 우위를 지켜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멍 부회장의 체포에는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전쟁 ‘휴전’ 합의에 따라 개시된 90일간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웨이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번 체포는 미국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라며 “미국은 90일 동안 중국 국영기업이나 개인에 제재를 계속 가해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헝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교수도 “미국은 멍 CFO의 체포를 무역협상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적절히 해결한다면 미중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게 못한다면 사안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이 아직 깊다는 지적도 나온다.

SCMP는 “중국 정부는 전직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 특사를 파견하는 관례를 깨고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를 보냈다”며 “이는 미중 관계에 아직 긴장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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