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덮친 해변에 ‘셀카’ 촬영객 몰려…주민들 분통

쓰나미 덮친 해변에 ‘셀카’ 촬영객 몰려…주민들 분통

강경민 기자
입력 2018-12-28 10:13
업데이트 2018-12-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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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현장 배경으로 ‘브이’(V) 포즈 셀카…“SNS 올릴 것”

쓰나미가 덮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순다해협 일대 해안에 ‘셀카’ 촬영객들이 몰려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8일 므르데카닷컴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순다해협에 면한 반텐 주와 람풍 주 해안에는 수일 전부터 셀카 촬영 목적으로 찾아오는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잔해로 뒤덮인 해변과 무너진 건물 등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해 몇 시간씩 차량을 몰고 피해 현장을 돌아다닌다.

주요 피해지역 중 하나인 람풍 주 와이 물리 마을 주민 다흘란(37)은 “이런 이들은 셀카만 찍을 뿐 피해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지난 25일 자카르타에서 성탄절 휴일을 이용해 반텐 주 해안에 왔다는 한 10대 여성은 쓰나미에 파손된 차량과 구조물 등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파괴된 현장과 피해 주민들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셀카를 많이 찍었냐는 질문에는 “많이 찍었다. 소셜 미디어와 왓츠앱 그룹에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이들의 행태에 불만을 토로했다.

바닷물이 범람한 논에서 복구 작업을 지휘하던 현지 농민조합 관계자 바흐루딘(40)은 셀카 촬영객이 몰리는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실망스럽다”고 거듭 말했다.

26일에는 와이 물리 마을에서 셀카를 찍던 관광객들이 오토바이를 도둑 맞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주민 대다수는 자업자득이란 반응을 보였다.

일부 셀카 촬영객은 셀카를 찍는 행위를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항변했다.

반텐 주 찔레곤의 이슬람 여성단체 회원들은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진은 우리가 정말로 여기 와서 구호품을 전달했다는 증거”면서 “피해현장 사진은 ‘좋아요’를 더 많이 받는다. 자랑하려고 셀카를 찍어선 안 되지만 다른 이들과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라면 괜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을 비롯한 셀카 촬영객 대다수는 미소를 짓거나 손가락으로 ‘브이’(V)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찍는 등 피해 주민들의 슬픔을 공감하는 것으로는 여겨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순다해협 일대에선 지난 22일 밤 최고 5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해 최소 430명이 숨지고 159명이 실종됐다.

경제적 피해도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 보험업계에선 보험금 청구액 규모가 15조9천억 루피아(약 1조2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쓰나미는 순다해협에 위치한 화산섬인 아낙 크라카타우의 남서쪽 경사면이 화산분화로 붕괴하면서 해저 산사태와 쓰나미가 연쇄적으로 유발돼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난 당국은 아낙 크라카타우의 화산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3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하고 주민들에게 해안에서 500∼1천m 이상 떨어지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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