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권 든 2차核담판…트럼프에 전할 ‘김정은 친서’ 시선집중

가시권 든 2차核담판…트럼프에 전할 ‘김정은 친서’ 시선집중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16 15:53
수정 2019-01-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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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金라인 재가동으로 북미2차회담 ‘징검다리’…비핵화-상응조치 ‘예비담판’ 성격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 방미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가시권에 진입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큼 더 다가오게 됐다.

지난해 5월말∼6월초 1차 방미 당시 뉴욕 고위급 회담을 통해 당시 좌초 위기에 놓였던 6·12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본궤도에 올리며 싱가포르로 가는 길을 닦았던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이 7개월여 만에 재가동됨에 따라 다시 한번 북미 대화의 중대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2차 핵담판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게 될지 주목된다.

더욱이 북측 고위급 인사가 미국의 심장부인 수도 워싱턴DC로 직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이번 방미의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1차 방미 때에 이어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면담 성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부위원장 편에 전달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CNN방송은 김 부위원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17일 워싱턴DC를 방문해 1박 2일간의 일정을 보낼 예정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방송은 다만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면담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 공항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 등 북한 측 인사 3명은 17일(중국 현지시간) 오후 6시 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UA808(CA 7203편 코드공유)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 협상의 ‘키맨’인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미국에서 회동하는 것은 지난 5월 31일 뉴욕 회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초 지난해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의 요청으로 회담이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으로선 7개월여만의 재방미로, 뉴욕 회담이 불발된 지 두 달여 만에 워싱턴으로 장소를 옮겨 만남이 성사되는 셈이다.

‘폼페이오-김영철 콤비’는 폼페이오 장관의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북미 간 막후 조율을 책임져온 핵심 라인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 뒤인 지난해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당시 핵 신고와 종전선언을 둘러싼 충돌로 한동안 북미 간 교착 국면이 이어졌고, 지난해 11월 뉴욕 고위급 회담이 불발되는 등 부침이 있었으나 이번에 다시 ‘케미’를 연출할지 주목된다.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의 1차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최종 조율이다.

두 정상이 새해 들어 ‘친서 외교’ 등을 통해 ‘조속한 재회’에 대한 의지를 서로 교환하는 등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은 가운데 현재로선 시간표와 장소 등 실행계획(로지스틱스) 확정 절차가 남은 상태이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북미 정상이 마주 앉는 걸 언제 볼 수 있냐고 질문하자 “우리는 세부사항을 도출(work out)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현재 정상회담 개최지로는 접근성과 상징성 등의 면에서 베트남 하노이가 1순위로 거론되는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내달 중 베트남에서 열자고 북한에 제안했으며, 북한이 이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그 외에 태국 등도 이름을 올려놓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와이, 판문점 등도 거론됐다.

시기에 대해서는 준비 기간을 감안해 ‘2월 말∼3월 초’ 개최설이 제기돼온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2월 중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오랜만에 마주 앉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이번 테이블에서 주파수를 맞춰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2차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이다.

‘톱다운 협상’의 특성상 최종 담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몫으로 그 공이 넘어가겠지만,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간 주고받기 조합에 대한 1차 청사진은 ‘예비담판’ 격인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어느 정도 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핵 신고’ 카드는 일단 뒷순위로 접고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북한이 이미 거론한 영변 핵시설 및 동창리 미사일 기지 폐기와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 및 인도지원 재개 카드 등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재개’ 의지를 밝힌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해 제재 예외 적용 등의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궁극적 목표는 미국민의 안전’이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발언과 맞물려 이번 회담에서는 핵탄두나 핵물질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CBM 폐기 또는 해외 반출과 제재완화를 서로 맞교환하는 조합인 셈이다.

이번 방미기간 관심을 모으는 사안 중 하나는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예방 및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1차 때에 이어 이번에도 성사될지 여부다.

북한 대표부가 있는 뉴욕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으로 바로 온다는 것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북측이 지난해 11월8일 예정됐던 뉴욕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돌연 일정 연기를 요청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프랑스 방문 일정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된 상황 등도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었다.

특히 북한의 고위 인사가 다른 지역을 우회하지 않고 수도 워싱턴DC로 ‘직행’하는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파격’이어서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확정을 앞두고 ‘특사’ 격의 김 부위원장 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타전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인편으로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김 위원장이 다시 이에 대한 답장을 보내며 ‘친서 외교’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등에 대한 ‘중대 결심’ 등이 담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 위원장(인민군 차수)은 2000년 10월 10일 방미 당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워싱턴DC로 넘어왔고, 김 부위원장의 지난해 1차 방미 때에는 당시 뉴욕 고위급 회담을 거쳐 육로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경로로 일정이 진행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만난 직후 자신이 한번 취소 통보를 했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발표했다.

북미고위급 회담 개최가 임박한 상황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동선도 관심을 끈다. 15일 중국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낸 최 부상은 행선지에 대한 질문에 스웨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 계획을 밝혔으나, 김 부위원장과 함께 워싱턴행 항공편 예약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상의 최종 행선지가 어디냐에 따라 실무협상 채널인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간 실무협상의 본격화 문제도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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