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무인기 격추 당한 다음날 선박 나포
英, 자산동결 제재… 군사옵션엔 선 그어이란 “합법적… 美제재 장신구 되지 말라”
美 비판했던 EU “즉각 석방을” 이란 압박
볼턴 ‘호르무즈 연합’ 韓동참 요구 가능성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9일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나포, 억류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 안보 관계장관 회의를 연일 소집했다.
사건은 미국이 이란 무인기를 추락시켰다고 주장한 바로 다음날 일어났다. CNN 등에 따르면 앞서 18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 수륙양용 강습상륙함인 복서함에 접근하던 이란 무인기가 미국에 격추됐다. 미 국방부는 전자교란 방식으로 공격했다고 밝혔고, 이란은 이에 대해 “모든 무인기가 기지로 안전하게 귀환했다”고 부인했다.
영국은 이란의 행위에 대해 ‘군사적 옵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상황이 신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외교적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가 이란 정권을 겨냥, 자산 동결을 포함한 외교·경제 제재 방안을 마련 중이며 21일 헌트 장관이 제재안을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영국 유조선 나포가 합법적인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스테나 임페로호가 선박 자동 식별장치 신호를 끄고 정해진 항로를 이탈, 원유 찌꺼기를 바다에 버리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의 행동은 국제적 해양 법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지키는 나라는 이란이며, 영국은 미국의 경제 테러리즘(제재)의 장신구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영국은 적어도 미국이 탈퇴한 핵합의 내에서 이란의 편에 섰던 국가다. CNN은 이란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규정한 의무를 다했다는 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유럽연합(EU)이 동의하며 영국은 독일, 프랑스와 함께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피하고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란의 행위에 대해 “국제적인 ‘허풍게임’에서 이란은 강경파들이 돈을 걸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올인’했다”면서 “하지만 ‘친구들’과의 신용 관계도 끝이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EU와 유럽 핵심국가들은 일제히 선박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EU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은 이날 낸 성명에서 “이미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긴장이 더 고조하고 사태 해결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지난 19일 한국을 포함한 자국 주재 외교단을 불러모아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상을 설명했다. 미국은 23일 방한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선박 보호 연합체에 한국이 동참하길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9-07-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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