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까지 ‘평화’ 외침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18일 오후 늦게 정부청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시위대가 지나는 도로 위 다리에서 시민들이 이들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는 듯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홍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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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이 이 문제를 잘 아는 관리 3명의 말을 인용해 30일 이같이 보도했다. 이날 데모시스토당은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 비서장이 오늘 아침 7시 30분 무렵 체포됐다”며 “그는 밝은 시간대에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밀어 넣어졌으며, 우리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의 요구에 관한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램 행정장관의 보고서는 그가 선전에서 중국 고위 관리를 면담한 8월 7일 이전에 작성됐다. 보고서에는 ▲송환법 폐기를 비롯해 ▲시위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완전히 민주적 선거 ▲시위대에 ‘폭동’이란 용어 붙이지 말 것 ▲체포자들에 대한 기소 제외 등의 요구사항과 자세한 분석이 담겨 있었다.
이 고위 관리는 중도적인 시위대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송환법 철회와 독립적인 조사는 실행 가능성이 높았다고 봤다. 그러나 그는 램 장관에게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고, 램 장관은 송환법에 대해 “사망(dead)”라고 말했지만 폐기됐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것은 거부했다.
베이징은 램 장관에게 법안을 폐기하지 마라며 경찰의 지나친 공권력 행사를 비롯한 혼란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고 이 관계자는 익명으로 로이터에 이야기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콩 정부가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이 관계자는 5개 요구 사항에 대해 “그들은 모두 노(no)라고 말했다”며 “상황은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신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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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리는 시위대의 요구에 어떤 것도 답해주지 않았으며, 램 행정부가 더 주도권을 쥐고 나갈 것을 원했다고 확인했다.
보고서와 관련해 로이터는 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2명의 홍콩 소식통은 램 장관이 송환법 추진 중단을 밝힌 7월 16일과 8월 7일 사이에 제출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은 홍콩 반정부 시위에 “내정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영국 등 외부 세력이 개입돼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 존재가 드러남으로서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문제를 다루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로이터가 분석했다.
한편 홍콩 재야단체들은 물리적 충돌 우려로 31일 시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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