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팔려간 파키스탄 소녀들의 비참한 생활상

중국에 팔려간 파키스탄 소녀들의 비참한 생활상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9-12-05 15:02
수정 2019-12-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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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보고서 입수 “1년에 629명 인신매매… 조직적”
장기적출에 강제 개종도…中‘1자녀 정책’에 여성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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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적의 남성과 결혼했던 한 파키스탄 여성이 휴대폰을 통해 중국인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여성은 중국으로 가기 전에 이슬라마바드에서 머무는 집에서 중국 남성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강간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9년 5월 22일 촬영된 것이다.AP 자료 사진
중국 국적의 남성과 결혼했던 한 파키스탄 여성이 휴대폰을 통해 중국인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여성은 중국으로 가기 전에 이슬라마바드에서 머무는 집에서 중국 남성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강간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9년 5월 22일 촬영된 것이다.AP 자료 사진
지난 1년간 중국으로 팔려간 파키스탄 여성이 약 630명에 이르며, 이들은 비참한 환경에 놓있다고 AP통신이 4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다. 남아선호 사상이 극심한 중국이 시행했던 ‘1자녀 정책’ 후유증으로 결혼 및 출산 적령기에 이른 여성이 크게 부족하기에 가난한 나라에서 신부를 인신매매해 오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파키스탄 수사 당국은 지난 10월 중국 국적자 31명을 북동부 펀자브 지방에 있는 파이살라바드 법원에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했다. AP는 파키스탄 수사 당국이 임란 칸 총리에게 보낸 ‘중국인 결혼 사기 사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 52명, 파키스탄인 20명이 수도 이슬라마바드 뿐 아니라 파이살라바드에서 활동한다고 적혀 있었다. 수사 당국은 공항을 통한 여행 정보를 통해 여성 629명의 명단과 이들의 중국인 남편, 결혼날짜를 확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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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이 입수한 파키스탄 여성들의 중국행 인신매매 조사보고서.
AP통신이 입수한 파키스탄 여성들의 중국행 인신매매 조사보고서.
그러나 파키스탄에서 이슈화가 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로 정부 당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디어는 보도를 하지 않는 등 어느 누구도 이들을 돕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 수사 당국은 인신매매 네트워크의 수사 중단을 압박했다. 중국으로부터 소녀을 구출하는 부모들을 돕는 기독교 활동가인 살렘 이크발은 “정부가 엄청난 압력을 넣는다”며 “어느 누구도 인신매매 여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당수는 10대인 중국으로 간 여성들은 고립되거 있거나 학대받고 강제 매춘에 동원되고 있다. 중국은 무슬림 나라 파키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계층인 기독교 소녀들을 인신매매 표적으로 삼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 4월까지 중국에 팔려간 여성은 629명이 넘는다고 수사에 참여한 이가 전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과 파키스탄 브로커는 신부 한명에 2만 5000달러(3000만원 상당)에서 6만 5000달러(7700만원 상당)를 받지만 신부 가족에겐 1500달러(178만원)만 돌아간다. 인신매매에는 파키스탄과 중국인 중개인 외에도 기독교 목사들, 이슬람 교회 지도자 등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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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여성들을 상대로 사기 결혼 사건을 일으킨 중국 남성들이 체포되어 끌려가고 있다. 사진은 2019년 5월 11일 촬연된 것이다. AP자료 사진
파키스탄 여성들을 상대로 사기 결혼 사건을 일으킨 중국 남성들이 체포되어 끌려가고 있다. 사진은 2019년 5월 11일 촬연된 것이다. AP자료 사진
이들은 중국에서 강제 임신 및 불임 치료, 육체적·성적 학대를 당하며, 일부는 매춘에 동원된다. 심지어 중국에 보내진 여성들의 장기들을 적출한다는 수사 보고서도 있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인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인권감시(HRW)가 이달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 뿐만 아니라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네팔, 북한, 베트남이 잔혹한 인신매매 사업의 대상지가 된 국가들이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남아시아 담당 오마르 와리아치는 “무슬림 파키스탄 여성은 남편에게 떨어져 위구르의 재교육캠프로 보내진다”며 “이슬람 종교를 버리도록 강제 세뇌를 당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외국인 신부 수요가 높다. 35년간 시행하다 2015년에 폐지된 ‘1자녀 정책’ 후유증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대략 3400만명 더 많다. 압도적인 남아 선호 사상 때문에 여아 낙태와 여자 영아 살해사건이 많았던 탓이라고 AP가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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