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명 늘어난 美 푸드스탬프 ‘사회안전망vs도덕적 해이’

600만명 늘어난 美 푸드스탬프 ‘사회안전망vs도덕적 해이’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0-07-20 15:51
업데이트 2020-07-20 15:5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3개월간 600만명 늘어 4300만명 넘어
코로나19에 美 인구 8명당 1명꼴 늘어
음식 부족한 아이 16% 달하는 상황서
푸드직불카드 지급해 빠르게 안전망 역할

민주당, 긴급상황서 15% 혜택확대 주장
공화당 “구직노력 없이 혜택 받아” 반대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지하철 역사에서 노숙자가 인근 식당 주인이 준 음식물을 열어보고 있다. AP통신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지하철 역사에서 노숙자가 인근 식당 주인이 준 음식물을 열어보고 있다. AP통신
코로나19로 미국 내에서 ‘푸드스탬프’(영양 지원 보조 프로그램·SNAP)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소한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라는 옹호론과 근로 가능한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맞서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5월에 신규 푸드스탬프 등록자수가 600만명을 넘었고 이는 직전 3개월보다 17%가 증가한 규모라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전체 가입자는 인구 8명 중 1명꼴인 4300만명으로 불어났다. 아직은 1920년대 대공황 때 최고치(4800만명)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600달러씩 지급했던 가계 지원금이 이달 말 예정대로 종료된다면 푸드스탬프 가입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푸드스탬프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었다. 의료기관에 근무하다 실직한 미혼모 마카엘라 존슨은 NYT에 “실업급여는 신청한지 2달 만에 도착했고, 그날 나는 복직했다”며 “하지만 355달러(약 43만원)가 든 푸드스탬프 직불카드는 신청 일주일 만에 받았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첫번째 안전망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의 한 푸드뱅크에서 시민들이 음식을 받아가려 줄을 서 있다. AP통신
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의 한 푸드뱅크에서 시민들이 음식을 받아가려 줄을 서 있다. AP통신
코로나19로 실직이 급증하던 지난 4월에는 식량사정이 더욱 심각했다. 클리블랜드의 한 푸드뱅크에서 음식을 받은 차량은 4시간 만에 2700대에 달했고 차량 중 3분의 1은 이전에 비상식량 배분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이곳에는 당시 일주일 만에 2000여통의 전화가 몰렸다.

특히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의 발육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자녀가 있는 가구 중 약 16%가 자금 부족으로 자녀를 충분히 먹이지 못했다. 자녀의 영양부족 비율은 흑인가구의 경우 30%, 히스패닉 가구는 25%에 달했다. 백인은 10% 미만이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한시적으로라도 푸드스탬프의 혜택을 15%가량 늘리자고 주장한다. 반면 공화당은 구직에 힘쓰지 않고 혜택만 받는 도덕적 해이가 커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할 수 있는 수백만명이 푸드스탬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 말 구직노력을 하지 않고도 푸드스탬프를 받을 수 없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본래 지난 4월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됐다. 미 언론들은 이 정책이 시행되면 70만명이 푸드스탬프를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이 이웃에게 무료로 배급할 음식을 나르고 있다. AP통신
지난 7일(현지시간) 자원봉사자들이 이웃에게 무료로 배급할 음식을 나르고 있다. AP통신
이에 대해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NYT칼럼에서 “푸드스탬프가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을 해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없다”며 “무엇보다 근로자들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한 바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