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방송서 BTS 인종차별…중국어로 “나 백신 맞았어”

칠레 방송서 BTS 인종차별…중국어로 “나 백신 맞았어”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4-13 14:09
업데이트 2021-04-13 14: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방탄소년단(BTS)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적 조롱을 일삼은 칠레의 코미디TV쇼 ‘미 바리오’(Mi Barrio).  트위터 캡처
방탄소년단(BTS)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적 조롱을 일삼은 칠레의 코미디TV쇼 ‘미 바리오’(Mi Barrio).
트위터 캡처
칠레 코미디TV쇼, BTS 인종차별 조롱
BTS 멤버 소개하며 ‘김정은’ 말장난
항의 쇄도에 방송국 ‘사과 아닌 사과문’


칠레의 한 코미디쇼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패러디하면서 인종차별적 묘사를 일삼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방송된 칠레 코미디 TV쇼 ‘미 바리오’(Mi Barrio)에서는 코미디언 5명이 방탄소년단 멤버로 분장해 인터뷰를 하는 코너가 등장했다.

진행자가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이들은 각각 ‘김정우노’(Kim Jong-Uno), ‘김정도스’(Kim Jong-Dos), ‘김정뜨레스’(Kim Jong-Tres), ‘김정꾸아뜨로’(Kim Jong-Cuatro), ‘후안 카를로스’라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에 스페인어 1(uno), 2(dos), 3(tres), 4(cuatro)를 붙여 말장난을 한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과 한국을 구별하지 않은 무지한 개그다.
방탄소년단(BTS)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적 조롱을 일삼은 칠레의 코미디TV쇼 ‘미 바리오’(Mi Barrio).  트위터 캡처
방탄소년단(BTS)을 패러디하며 인종차별적 조롱을 일삼은 칠레의 코미디TV쇼 ‘미 바리오’(Mi Barrio).
트위터 캡처
진행자가 진짜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들은 “V”(뷔), “정국”, “제이홉”, “진”이라고 말하며 방탄소년단을 패러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어를 할 줄 아느냐. 한국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진행자의 물음에 한 코미디언은 중국어 발음을 흉내내 말하기 시작했다.

진행자가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나 백신 맞았어”라고 해석해줬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아시아인들이 감염의 주범이라는 편견을 드러낸 수준 낮은 농담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칠레의 방탄소년단 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며 알려지게 됐다.

팬들은 “인종차별은 절대 유머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며 ‘Racism is not comedy’라는 해시태그로 해당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 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빅히트 뮤직 제공
칠레의 방탄소년단 팬 계정은 방송국에도 공식 항의했다고 전했다.

결국 해당 방송국은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인종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방송국은 “유머는 팬데믹으로 인해 겪고 있는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도록 도와준다”며 “우리의 의도는 누군가를 불쾌하게 하거나 모욕하거나 상처주는 것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개선하며 배우고 경청할 것이다. 시청자분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우리의 목표를 위해 긍정적인 의견과 비판도 모두 수집하겠다”고 에둘러 입장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그 동안 세계 곳곳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한편 여러 차례 인종차별적 조롱에 시달렸다.

지난 2월 독일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를 커버한 것을 폄하하며 “BTS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줄임말”이라는 망언이 나왔다.
방탄소년단(BTS) 인종차별 논란.  톱스 인스타그램
방탄소년단(BTS) 인종차별 논란.
톱스 인스타그램
또 미국의 한 카드 제작사는 제63회 그래미 시상식 주요 출연진들의 무대를 일러스트로 표현하면서 방탄소년단만 유독 무대와 상관없는 두더지잡기 게임 망치로 두들겨맞은 두더지로 묘사해 반발을 부른 바 있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잇따르자 지난달 30일 방탄소년단은 직접 성명서를 통해 “우리도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시아인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면서 “(증오범죄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와 말씀을 전한다.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며 인종차별을 규탄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