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피해 왔는데”…아프간 가족, 러시아 침공에 또 피난길

“탈레반 피해 왔는데”…아프간 가족, 러시아 침공에 또 피난길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2-28 16:34
업데이트 2022-02-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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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가족, 러시아 침공에 또 피난길
아프간 가족, 러시아 침공에 또 피난길 아프가니스탄에서 우크라이나 오데사로 이주했다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또다시 폴란드로 피난길에 오른 아즈말 라마니 가족. 2022.2.28
AFP 연합뉴스
“전쟁에서 도망쳐 다른 나라로 왔는데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정말 운이 없네요.”

고국인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우크라이나에 정착했지만 러시아의 침공 때문에 또다시 집을 떠나야 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족의 사연이 전해졌다.

28일 AFP통신이 폴란드 접경도시 메디카에서 만난 아즈말 라마니(40대)는 불과 1년 사이 두 차례나 국제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살고 있던 터전을 떠나게 된 상황을 털어놨다.

라마니의 가족은 아내와 11살 아들, 7살 딸 이렇게 4명이다.

라마니는 18년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위해 일했다.

라마니는 “아프간에서의 생활은 좋았다. 집과 차가 있었으며 월급도 좋았다”면서 “그러나 차와 집, 나의 모든 것을 팔았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라마니는 “내 사랑, 내 가족의 삶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고 덧붙였다.

라마니가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아프간을 떠나기로 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기 4개월 전이었다.

탈레반이 세력을 점점 키워가던 그때 라마니는 위협을 받는 신세가 됐고, 아이들을 더 이상 학교에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이 커졌다.

아프간을 떠날 수 있는 비자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라마니의 가족은 우크라이나행을 택했다. 비자를 발급해 그를 받아준 유일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라마니 가족은 우크라이나 남부의 오데사에 정착할 수 있었다. 흑해와 맞닿은 항구도시였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또다시 살던 집을 포기하고 폴란드 국경까지 1100㎞를 떠나야 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본토의 최서단 항구격인 곳으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한 이후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진 지역이다. 러시아가 오데사까지 장악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흑해로부터 차단된다.

러시아의 표적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오데사 주민들이 대거 피난길에 오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오데사~폴란드 메디카 경로
우크라이나 오데사~폴란드 메디카 경로 구글 지도 캡처
라마니는 폴란드 국경을 30㎞ 남긴 지점부터는 극심한 차량 정체 때문에 걸어서 이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라마니는 앞으로 닥칠 미래가 걱정되지만, 폴란드인들의 환대에 힘을 얻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서부 접경국들에는 피난민 수십만명이 몰려들고 있다.

폴란드에만 지난 나흘간 21만여명이 들어왔다.

대다수가 우크라이나인이지만, 아프간을 비롯해 콩고민주공화국, 인도, 네팔 등에서 온 학생들과 이주노동자들도 있다.

AFP통신은 현행 규정상 폴란드 비자가 없을 경우 15일 안에 입국 등록을 해야 하는 만큼, 피난민들을 위해 관련 규정이 개정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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