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지 않으려 노력한다” 홀로 우크라 탈출한 10대 소녀 알라

“나는 울지 않으려 노력한다” 홀로 우크라 탈출한 10대 소녀 알라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22-04-05 15:27
업데이트 2022-04-0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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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 번역가 꿈꾸다 러 침략에 헝가리 피신
부모는 모친 건강탓 고국에 남아 딸 걱정만
“딸이 안전하다는 것이 우리에겐 가장 중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코로시 침례 고등학교에는 긴 금발 머리에 키가 크고 잘 웃는 17세 소녀 알라 렌스카가 있다.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렌스카는 우크라이나에서 영어, 터키어 번역가를 꿈꾸던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렌스카의 삶을 한번에 바꿔놨다.

렌스카는 CNN에 4일(현지시간) “갑자기 폭발 소리가 들리고 집이 흔들렸다”며 러시아가 공격을 퍼부었던 그날을 회상했다. 렌스카의 부모는 딸을 안전한 곳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장기간 여행에 동행하기에 너무 쇠약한 모친 때문에 그들만 고향에 남기로 결했다.

렌스카는 “그날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렌스카가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엄청나게 많은 군중이 몰렸고 렌스카는 결국 배웅 나온 아버지에게 작별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기차에 올랐다. 그는 “아마 밤새도록 울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홀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알라 렌스카(가운데)와 그의 부모. 렌스카의 부모는 병약한 모친을 위해 고국에 남고 렌스카만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렌스카는 부모를 위해 울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CNN 캡처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홀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알라 렌스카(가운데)와 그의 부모. 렌스카의 부모는 병약한 모친을 위해 고국에 남고 렌스카만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 렌스카는 부모를 위해 울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CNN 캡처


렌스카는 기차를 타고 가며 헝가리 명문 중 하나인 코르시 침례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학교 측에 우크라이나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했다”면서 “역사, 우크라이나어, 외국어 문학 대회에서 우승했던 것과 3개의 과학 논문을 작성했던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렌스카는 이어 학교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입학을 허가한 학교 관계자들은 렌스카를 위해 학부모들을 통해 9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 돈으로 학교 측은 컨테이너를 침실, 욕실, 샤워 시설 및 작은 주방이 있는 기숙사 방으로 개조해 렌스카에게 제공했다. 이제 렌스카는 수업 시간에 새로운 언어인 헝가리어를 배우며 시간을 보낸다. 최근엔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다른 십대 소녀들과 함께 지낸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나는 훌륭한 수업과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났다”며 “여기에도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 가족이 된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교장은 “앞으로 12명을 더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학생들이 끔찍한 전쟁 후유증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심리학자도 소개했다.

렌스카는 “나는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부모님이 내가 울 때 슬퍼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렌스카는 부모와 통화할 때, 학교에 있을 때 자주 미소짓는다. 렌스카의 어머니 인디라는 딸과의 통화에서 “말하는 것조차 너무 고통스럽다”면서 “하지만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하고, 네가 안전하다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렌스카는 가족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내가 여기 있고, 부모님이 (위험한)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게 너무 불공평하다”고 울먹였다.
렌스카의 부모가 고향집 근처에서 찍어 딸에게 보낸 꽃 사진. 눈을 뚫고 핀 첫 번째 봄 꽃 사진이다. 렌스카는 이 사진을 보며 마음을 위로한다. CNN캡처
렌스카의 부모가 고향집 근처에서 찍어 딸에게 보낸 꽃 사진. 눈을 뚫고 핀 첫 번째 봄 꽃 사진이다. 렌스카는 이 사진을 보며 마음을 위로한다.
CNN캡처
하지만 렌스카는 부모님이 그에게 보내준, 고향집 근처에서 찍은 눈을 뚫고 핀 첫 번째 봄 꽃 사진을 보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언젠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친구들과 바보 같은 비디오를 만들고 셀카를 찍고 싶어요.”
백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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