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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옆에 두고 ‘상석’ 앉은 시진핑…빌 게이츠 때와 달랐다 [포착]

블링컨 옆에 두고 ‘상석’ 앉은 시진핑…빌 게이츠 때와 달랐다 [포착]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06-19 19:19
업데이트 2023-06-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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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행 양측에 앉힌 채 상석에서 회의 주재하듯 회동 진행
“국가간 상호 존중하고 성의로 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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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두 개의 긴 테이블 한쪽에 ‘손님’인 블링컨 장관 일행, 다른 한쪽에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각각 앉은 가운데 시 주석이 마치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으로 회동을 진행한 모습이 눈에 띈다. 2023.6.19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두 개의 긴 테이블 한쪽에 ‘손님’인 블링컨 장관 일행, 다른 한쪽에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각각 앉은 가운데 시 주석이 마치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으로 회동을 진행한 모습이 눈에 띈다. 2023.6.19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인류운명 中美공존에 달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미 양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수 있느냐에 인류의 미래와 운명이 걸려 있다”며 양국 관계의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블링컨 장관 일행과 만난 자리에서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고 함께 번영하기에 충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은 미국 인민과 마찬가지로 자존심과 자신감이 강한 인민이며 모두 더 나은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면서 “양국 간의 공통 이익을 중시해야 하며 각자의 성공은 서로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제사회는 일반적으로 중미 관계의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양국이 충돌하고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중미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을 꺼리고, 중미의 평화 공존과 우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역사, 인민, 세계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중미 관계를 잘 처리하고 세계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며 혼란스러운 세계에 안정성, 확실성, 건설성을 주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또 “강대국들의 경쟁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으며, (중국과의 경쟁으로) 미국 자신의 문제와 세계가 직면한 도전을 해결할 수 없다”며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찬가지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하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며 “어느 쪽도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만들어가려 해서는 안 되며, 더욱이 상대방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중국은 항상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되기를 바라며 두 강대국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협력하고 윈윈하는 올바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미국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중국과 마주한 채 함께 노력해서 자신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리에서 이룬 합의를 행동에 옮김으로써 중미 관계가 안정되고 좋아지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블링컨 “충돌의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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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3.6.19 AFP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3.6.19 AFP 연합뉴스
이에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낸 인사를 전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양국이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양자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미국과 중국, 나아가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미국 측은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확정한 논의 일정으로 되돌아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의 제도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 관계를 강화해 중국에 반대하는 것을 하지 않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고위급 교류·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며, 이견을 책임감 있게 관리·통제하고 대화와 교류·협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언론에 공개한 모두 발언에서 “국가 간의 교류는 상호 존중하고 성의로 대해야 한다”며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이 “중미 관계 안정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이 타국 외교장관과 일대일로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는 2018년 방중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과도 만났지만, 그때보다 미중 관계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이날 블링컨 장관을 만난 것은 그 자체로 대미 관계 개선 의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16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절대 ‘나라가 강해지면 패권을 추구하는(國强必覇·국강필패)’의 낡은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며 미중 민간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수개월 안에 시 주석과 만날 희망을 거론한 가운데, 블링컨 장관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한다는 뜻을 시 주석에게 전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상석에서 회의 주재하듯…자리배치 함의는
미국 대중국정책에 대한 불만 우회적 표출
집권 3기 원톱 지도자 ‘위상’ 부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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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2023.6.19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2023.6.19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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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이사장 빌 게이츠와 만나고 있다. 2023.6.16 신화통신 EPA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이사장 빌 게이츠와 만나고 있다. 2023.6.16 신화통신 EPA 연합뉴스
이날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의 회동은 그 내용뿐 아니라 자리 배치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은 두 개의 긴 테이블 한쪽에 ‘손님’인 블링컨 장관 일행, 다른 한쪽에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각각 앉은 가운데 마치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으로 회동을 진행했다.

이는 2018년 6월 시 주석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2016년 4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각각 면담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자리 배치다.

시 주석은 폼페이오, 라브로프보다 격이 높지만, 그들의 예방을 받았을 때는 외교 관례에 따라 탁자를 사이에 둔 채 나란히 배치된 두 개의 의자에 각각 앉아 대등한 위치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16일 빌 게이츠 MS 공동창업자와도 나란히 앉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치 양측간 회담에 상급자가 잠시 들러 격려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이를 통해 최근 미·중 관계의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 미국에 당당하게 대응하고 물러서지 않는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미국과 자국민에게 보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먼 길을 날아온 블링컨 장관을 미국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만나긴 하되,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이런 모습을 연출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에게 국가관계는 “상호 존중하고 성의를 대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또 자국민에게는 미국에 뭔가 아쉬워서 하급자인 미 국무장관을 만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 한 것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3연임 임기에 들어간 시 주석의 ‘정치적 위상’을 부각하기 위해 외빈 예방과 관련한 의전 원칙을 새롭게 정립한 결과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은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국가주석 3연임 임기에 들어갔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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