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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영상이 한국 선전·선동에 이용” NHK 압박한 日우익

“군함도 영상이 한국 선전·선동에 이용” NHK 압박한 日우익

윤예림, 신진호 기자
입력 2023-06-22 17:38
업데이트 2023-06-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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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다큐멘터리 ‘녹색 없는 섬’
군함도서 석탄 캐는 모습 등 담겨
일본 우익 “열악한 환경 없었다”
NHK “해당 영상 쓰지 않겠다”
산케이 “한국 언론 주장 깨진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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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일본 NHK가 제작 방영한 다큐멘터리 ‘녹색 없는 섬’. 유튜브 캡처
1955년 일본 NHK가 제작 방영한 다큐멘터리 ‘녹색 없는 섬’.
유튜브 캡처
일본 NHK의 ‘군함도’(하시마섬) 관련 영상은 일본 우익 세력에서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이들은 사실과 다른 해당 영상이 한국에서 선전·선동으로 이용된다고 주장해왔다.

20일 일본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한인 강제동원 노동자들이 끌려간 일본 나가사키현 군함도의 열악한 환경을 담은 NHK 방송 영상에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이 거짓이라며 거듭 따지자 NHK가 “해당 영상을 쓰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자민당 외교부회 및 ‘일본 명예와 신뢰 확립을 위한 특명위원회’ 합동회의에 참석한 NHK 관계자는 당시 프로그램의 열악한 노동 장면은 1955년에 찍은 것이고, 향후 이 영상을 사용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 다만 NHK 측은 ‘(이 영상이) 군함도가 아닌 곳에서 찍은 것이라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2021년 자체 조사 결과를 거듭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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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일본명 하시마). 교도 연합뉴스
‘군함도’(일본명 하시마).
교도 연합뉴스
논란이 된 영상은 1955년 NHK가 제작 방송한 다큐멘터리 ‘녹색 없는 섬’이다. 속옷만 입거나 웃통을 벗은 광산 노동자가 천장이 낮은 탄광 갱도에서 곡괭이로 열악하게 석탄을 캐는 모습이 담겼다.

옛 군함도 일부 주민과 일본 우익들은 몇 년 전부터 이 영상을 두고 “전쟁 때 강제동원이 있었던 것처럼 그렸다. 군함도에 열악한 환경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NHK가 영상을 날조해 한국이 선전선동에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NHK는 “섬 주민들이 풍요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그렸다”면서 강제동원이나 열악한 환경 고발과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찍었다는 취지로 대응해왔다. 이날 NHK 측은 해당 영상을 한국의 KBS에 제공한 후 여러 한국 언론 등에서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케이신문은 NHK의 결정에 대해 “해당 영상이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증거라고 펼쳐 온 한국 언론의 주장이 일단 깨진 셈”이라고 보도했다.

아리무라 하리코 참의원은 기자들에 “한국의 여러 언론에서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일본 국익이나 역사인식과 관련됐다”고 말했다.

日 “조선인, 일본 노동자와 동일한 환경”
일본은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을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산업유산’에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사실을 또다시 부인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같은 달 1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이행경과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하시마섬(군함도)의 탄광 노동은 모든 광부들에게 가혹했다. 조선인에게 더 가혹했다고 신뢰할 만한 증거는 지금까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반도 출신 노동자는 일본 출신과 동일한 환경에서 일했으며, 노예 같은 노동을 하도록 강제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유네스코가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일본 정부에 “강제동원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후속 조치를 취하라”고 경고한 데 따라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보고서에서 “희생자들은 출신지와 관계없이 근대산업시설에서 사고 또는 재난으로 고통받거나 숨진 이들을 일컫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수석 당시 외교부 대변인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거듭된 결정과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가 이행되지 않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일본은 약속대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또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유산의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하며 태평양전쟁 시절을 제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선인 강제노동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유산이 지닌 ‘전체 역사’를 외면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윤예림 인턴기자·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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