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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프리고진 사살하겠다는 푸틴 간신히 말려…핵무기 경비 ‘바그너’에 안 맡겨”

루카셴코 “프리고진 사살하겠다는 푸틴 간신히 말려…핵무기 경비 ‘바그너’에 안 맡겨”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6-28 12:48
업데이트 2023-06-2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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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쌍둥이’ 같다는 평가를 듣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남부 소치 휴양지에 있는 보차로프 루체이 관저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커다란 덩치의 루카셴코 대통령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푸틴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자료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샴쌍둥이’ 같다는 평가를 듣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남부 소치 휴양지에 있는 보차로프 루체이 관저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커다란 덩치의 루카셴코 대통령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푸틴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자료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제거하려 했지만 자신이 말렸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러시아 리아노보스티와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현지 언론에 반란 당일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 사이의 협상을 중재하면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상세히 털어놓았다. 그는 바그너 용병들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러시아 남부군사령부를 점령한 뒤인 24일 오전 10시 10분 푸틴 대통령과 첫 통화를 했다고 소개했다.

루카셴코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 사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고, 본인은 “나쁜 평화가 어떤 전쟁보다 낫다”고 강조하면서 프리고진 사살을 서두르지 말라고 푸틴 대통령을 설득했다. 그는 “여러 차례의 시도를 통해 프리고진을 죽여버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러지 말라고 푸틴에게 말했다”면서 “그렇게 되면 아무런 협상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이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을지 모르지만 프리고진은 군대 내에서 아주 권위 있는 인물”이라면서 “바그너 용병들은 의리가 있고, 아프리카·아시아·남미에서 (함께) 싸웠고 어떤 길로도 갈 것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프리고진을) 사살할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 수천 명의 민간인은 물론 반란군 진압에 나선 군인들도 숨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들(바그너 용병들)이 가장 잘 훈련된 부대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오전 11시쯤 프리고진과 함께 있던 유누스벡 예프쿠로프 러시아 국방차관이 수화기를 바꿔줘 그와 통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30분의 대화는 욕설이 더 많았다. 나중에 살펴봤더니 보통 어휘보다 욕설이 10배는 많았다”면서 “프리고진에게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당신과 얘기도 하지 않을 것이고, 모스크바로 가는 길에 바그너 용병들은 짓밟혀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예프쿠로프 차관이 반란 당일 프리고진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입을 빌어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거사에 나선 용병들이 하루 만에 수도 모스크바에서 200㎞ 떨어진 곳까지 진격한 시점에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멈추고 러시아 정부는 반란 가담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떠나기로 했고, 27일 이 나라 수도 민스크에 안착했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대국민 TV 연설에서 “바그너 그룹 대다수 전투원과 지휘관들은 반역자들에 이용당했다”면서 처벌 면제를 확인하고, 반란에 가담한 용병들이 국방부와 재계약하거나 귀가하든지,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로 가도 좋다고 밝혔다.

한편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배치하기로 한 전술핵무기가 이미 상당 정도 이전됐으며, 군이 핵무기 사용 절차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의 발언은 망명한 프리고진 휘하 부대가 이들 핵무기 시설을 경비하는 임무를 맡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 나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승진하는 군 장성들에 대한 견장 수여식에서 “이미 상당한 핵무기가 벨라루스로 반입됐기 때문에 그것을 보호하고 있고 보호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인들과 벨라루스인들이 함께 (핵무기를) 경비하고 있다. 바그너는 어떤 핵무기도 경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겐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임무를 수행하는 러시아인들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핵무기 보호에 대한 개인적 책임은 나한테 있고 우리에겐 러시아인들과 함께 이 시설을 보호할 충분한 인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국방장관, 총참모장, 국가보안위원회(KGB) 위원장 등에게 핵무기 사용 알고리즘(절차)을 마련하라는 과제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3월 전술핵무기의 이전에 합의했는데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도 16일 루카셴코의 발언을 확인하면서 “연말까지 핵무기 이전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무기가 외국에 배치되는 것은 옛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진행한 해외 배치 핵무기의 자국 내 이전이 완료된 1996년으로부터 27년 만이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부터 러시아를 우회 지원해 온 벨라루스는 최근 러시아 전술핵 도입을 수시로 언급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등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핵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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