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 이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발견된 미사일 잔해. 외형이 북한제 KN-23과 미사일과 유사하다. 오른쪽은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이 전술미사일 생산공장 등 주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했을 때 포착된 KN-23. KN-23은 2018년 2월 북한군 열병식 때 처음 공개됐으며, 2019년 5월 첫 시험발사가 이뤄진 최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를 모방해 만들었지만 외형상 차이가 있다. 2024.1.5 바옌니 아스베다미뗄 텔레그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7월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을 맞아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 자국산 무기들을 직접 자랑하며 ‘세일즈’에 열을 올렸다.
김 위원장은 ‘북한판 글로벌호크’ 무인기는 물론 ‘화성-18형’ 등 각종 ICBM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북한명 화성-11A)도 소개했다.
그리고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를 강타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지에 무인기 수십대와 미사일 99발을 동원해 공습을 가했고 약 1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러시아가 북한이 제공한 미사일로 자국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 “러, 北 미사일로 우크라 영토 첫 공격”
백악관 “러, 北 미사일 일부 우크라 향해 발사”
2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거용 건물 근처에서 소방관이 북한제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잔해에 붙은 불을 진화하고 있다. 2024.1.5 로이터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거용 건물 근처에서 폭탄 처리반 대원이 북한제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2024.1.5 로이터 연합뉴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5일 소셜미디어(SNS) X(엑스)에 올린 성명에서 “러시아는 북한에서 받은 미사일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공격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4일 브리핑에서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탄도미사일 중 일부를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각각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했다고 전했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우리 군도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탄도미사일을 KN-23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2일 폐허가 된 하르키우에서 포착된 북한제 KN-23 미사일 추정 잔해 사진을 5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밀블로거, 전문가들은 이 사진들에 나타난 미사일 외형이 북한제 KN-23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우크라서 발견된 파편 북한제 KN-23”
러 이스칸데르와 미사일 꼬리 방향타, 제트날개 등 차이
KN-23은 2018년 2월 북한군 열병식 때 처음 공개됐으며, 2019년 5월 첫 시험발사가 이뤄진 최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왼쪽)를 모방해 만들었지만 외형상 차이가 있다. 일례로 고체 로켓 모터의 상단은 같으나, 제트날개(jet vane) 구조는 확연히 다르다. 2023.1.5 바옌니 아스베다미뗄 텔레그램
KN-23은 2018년 2월 북한군 열병식 때 처음 공개됐으며, 2019년 5월 첫 시험발사가 이뤄진 최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를 모방해 만들었지만 외형상 차이가 있다. 이스칸데르는 밑판과 노즐이 용접으로 고정돼 있는 반면, KN-23은 볼트로 고정돼 있다. 하르키우에서 발견된 미사일은 KN-23과 마찬가지로 노즐이 볼트로 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1.5 바옌니 아스베다미뗄 텔레그램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는 5일 X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미사일 파편은 러시아 이스칸데르가 아니라 북한 KN-23의 파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사진 속 잔해는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이 전술미사일 생산공장 등 주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했을 때 북한이 공개한 KN-23과 비슷했다.
특히 미사일 꼬리 방향타 모양이 KN-23과 정확히 일치했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9M723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었다.
KN-23은 북한이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를 모방해 만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다.
KN-23과 이스칸데르는 외형상 유사점과 차이점이 분명하다. 일례로 고체 로켓 모터의 상단은 같으나, 제트날개(jet vane) 구조는 확연히 다르다.
이스칸데르는 밑판과 노즐이 용접으로 고정돼 있는 반면, KN-23은 볼트로 고정돼 있다. 하르키우에서 발견된 미사일은 KN-23과 마찬가지로 노즐이 볼트로 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해당 미사일은 하루키우 공터에 떨어졌다. 미국은 오작동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사실상 첫 KN-23 실전 사용…테스트 효과
“北, SRBM 대가로 러 첨단기술 획득 희망”
北공군력·군사위성 고도화 우려
2022년 10월 5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에서 발견된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 잔해 사진. 올렉산드르 스타루흐 전 자포리자 주지사 텔레그램
2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거용 건물 근처에서 소방관이 북한제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잔해에 붙은 불을 진화하고 있다. 2024.1.5 로이터 연합뉴스
KN-23은 2018년 2월 북한군 열병식 때 처음 공개됐으며, 2019년 5월 첫 시험발사가 이뤄진 최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와 마찬가지로 변칙기동이 가능하다. 탄두부에 핵을 탑재하면 전술핵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 군은 북한이 러시아에 SRBM을 지원한 정황을 식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양국은 수개월 전부터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 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한 정황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한이 한국을 향해 사용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성능과 살상력을 러시아를 통해 실전 테스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시험 발사 차원은 넘어선 것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밀착이 더욱 심화할 것임을 암시한다.
북한은 빈번하게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지만 실전에서 쓸 일은 없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직접 활용함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역량 고도화 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우선 북한으로서는 실전에서 확인된 자국산 탄도미사일의 실전 능력을 통해 결함 또는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미사일의 성능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럴 경우 한국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지금보다 한층 더 커지는 결과로 귀착될 수 있다.
2021년 9월 15일 북한군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소속 열차 발사대에서 KN-23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군 홈페이지
또 만약 러시아가 북한 탄도미사일의 성능에 만족했다면 북한과의 관련 거래를 계속하는 것은 물론 북한산 미사일을 전세계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를 높여줄 수 있다.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나라나 단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에 더 큰 관심을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과 포탄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얻으려 하는 ‘반대 급부’도 우려를 키운다.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와 재료, 기타 첨단 기술 등을 받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 같은 러시아발 대북 군사지원이 현실화할 경우 안보상으로 우려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이미 북한은 두차례 실패 이후 지난해 11월 3번째 시도에 나선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았을 수 있다는 관측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고무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군사정찰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앞으로 러시아의 기술지원을 받아가며 북한이 더욱 우수한 성능의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경우 북한 핵 및 재래식 전력의 ‘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전투기와 함께 지대공미사일을 획득하게 될 경우 북한이 한국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로 평가되는 공군력을 보강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거용 건물 근처에서 폭탄 처리반 대원이 북한제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2024.1.5 로이터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거용 건물 근처에서 북한제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잔해가 포착됐다. 2024.1.5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북한이 제공한 탄도 미사일이 러시아의 대(對) 우크라이나 공격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정황이 공개되면서 한국의 대(對)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칠 영향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은 교전 지역에 대한 무기 공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 관한 한 한국은 미국에 ‘최종사용자는 미군’이라는 조건하에 포탄 등을 수출하는 ‘우회 경로’를 활용했으며,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한 물량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들이 우크라이나 전황의 균형을 허무는 정도로 중대한 역할을 할 경우 우크라이나나 국제사회로부터 한국도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거용 건물 근처에서 소방관이 북한제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잔해에 붙은 불을 진화하고 있다. 2024.1.5 로이터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주거용 건물 근처에서 폭탄 처리반 대원이 북한제 KN-23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2024.1.5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