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독재자’의 쿨하지 못한 재선…‘비트코인 투자’ 엘살바도르 부켈레 대통령 당선

‘쿨한 독재자’의 쿨하지 못한 재선…‘비트코인 투자’ 엘살바도르 부켈레 대통령 당선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4-02-05 15:43
업데이트 2024-02-0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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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왼쪽) 엘살바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아내와 함께 지지자들 앞에서 당선 연설을 하고 있다. 산살바도르 epa 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왼쪽) 엘살바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아내와 함께 지지자들 앞에서 당선 연설을 하고 있다. 산살바도르 epa 연합뉴스
중미 엘살바도르를 이끄는 나이브 부켈레(42)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을 확정했다.

엘살바도르 선거법원(TSE)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밤 12시 기준 개표율 31.49%에 82.9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다른 5명 후보 중 2·3위 득표율은 6∼7%대에 그쳤다.

부켈레의 득표수는 100만표가 넘지만 다른 2, 3위 대선 후보는 각각 9만여표와 8만여표를 보여 압도적 승리를 기록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에 이어 올해 6월 1일부터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또 수행하게 됐다. ‘부켈레 압승’은 사실상 선거 전부터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어 예견된 일이었다.

37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대권을 거머쥔 부켈레는 지난 4년여간 강력한 갱단과의 전쟁과 부패 척결 정책을 펼치면서 치안을 안정시켰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2022년 3월부터 2년 가까이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며 7만명 이상의 폭력배를 체포하는 등 소탕 작전을 이어왔다. 그 결과 2015년 인구 10만명당 105.2건에 달했던 엘살바도르 살인율은 지난해 2.4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부켈레는 앞서 투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간 국토의 85%가 갱단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지만, 저희는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건강하게 나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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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왼쪽) 엘살바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아내와 함께 지지자들 앞에서 당선 연설을 하고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왼쪽) 엘살바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아내와 함께 지지자들 앞에서 당선 연설을 하고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이 과정에서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무고한 일반인에 대한 무분별한 체포, 영장 없는 가택 수색 등 인권 침해를 문제 삼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그의 재임 기간 중 교도소에서 사망한 사람이 200명이 넘는다.

AFP통신은 “압도적인 표 차로 재선에 성공한 부켈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독재자라는 별명을 비꼬며, 인권침해와 관련한 비판을 가볍게 넘겼다”고 지적했다.

부켈레는 국가 예산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경제난 극복 재원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 투자는 부켈레 임기 초중반 큰 손해를 면치 못했지만 이날 현재 1% 안팎 수익을 보인다.

이번 재선 도전 과정에서는 위헌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 헌법은 6개월 이상 대통령으로 재임한 사람은 10년 이내에 다시 출마할 수 없도록 연임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부켈레는 2021년 친 부켈레 성향의 판사를 새로 임명해 대법원 헌법재판부로부터 “임기 만료 6개월 전 휴직하면 재선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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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왼쪽 세번째) 엘살바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아내와 함께 지지자들 앞에서 당선 연설을 하고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왼쪽 세번째) 엘살바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아내와 함께 지지자들 앞에서 당선 연설을 하고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따라 그는 실제 다음 대통령 임기 시작일(2024년 6월 1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일 국회로부터 휴직 승인도 받았다. 대통령 임기 규정과 관련한 개헌이 어려운 상황에 나온 ‘꼼수’인 셈이다.

개헌을 하려면 차기 국회 표결까지 필요한데, 당장 연임을 하려면 개헌을 통한 재선 도전은 불가능했지만, 부켈레는 이런 장벽을 교묘하게 넘었다.

공식 석상에서 정장 대신 미국 브랜드 랄프로렌 티셔츠를 즐겨 입는 그는 소셜미디어 자기 소개란에 ‘세상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고 써 놓는 등 괴짜 면모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쯤 플라톤이 제시한 이상적 통치자인 ‘철인 왕’으로 자기소개를 바꿨다.

가짜 뉴스도 배포하는 등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이용해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도록 설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쿨한 독재자’는 군인들이 국회를 점거해 국회의원을 위협하고, 정부를 비판한 독립 언론 매체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등 법망을 벗어난 일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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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왼쪽) 엘살바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투표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인주가 찍힌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왼쪽) 엘살바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투표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인주가 찍힌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산살바도르 로이터 연합뉴스
엘살바도르 유권자들은 부켈레의 10년 집권을 택하면서 인권침해나 부진한 경제보다는 그가 이룬 치안 안정을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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