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 ‘외로운 늑대’ 테러 우려 증가…경계 강화
전 세계적으로 서방을 겨냥한 테러 위협이 고조되는 와중에,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델라웨어 자택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미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특히 이번 총격 사건은 경찰이나 군인 등을 표적으로 한 그동안의 미국 내 테러 사건과 달리 정부 핵심 요인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아 그 동기 등은 알 수 없지만, 만약 바이든 부통령이 주말 델라웨어 자택에 머무르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총격을 가했다면 ‘부통령 암살 기도’로도 볼 수 있어 미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과 연방수사국(FBI), 델라웨어 뉴캐슬 카운티 경찰은 18일 현재 단순한 총격 사건에서 테러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건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와 언론은 이번 총격 사건이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세계 각지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및 테러 기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 자택에 대한 총격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실제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는 알카에다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대한 추가 테러를 경고해 왔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미 본토에서도 언제든 유사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외 주요 시설과 공항, 군 기지 등에 대한 테러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자국민에 대한 국외여행 주의보도 거듭 내렸다.
특히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서 보듯 새로운 테러 유형으로 자리 잡은 ‘외로운 늑대’(론 울프), 즉 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테러 가능성을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추적·검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 의사당 총격 테러를 기도했다가 지난 14일 FBI에 전격 체포된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거주 크리스토퍼 코넬(20) 역시 IS를 추종해 온 전형적인 외로운 늑대 유형에 속한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코넬은 지난주 미 의사당 총격테러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자 신시내티 자택 인근 총포상에서 반자동 소총 2정과 실탄 600발을 구입해 나오다 잠복하고 있던 FBI 요원에 의해 체포됐다.
테러 기도 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국민들 사이에선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론 존슨(공화·위스콘신)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이날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도 언제든 테러공격을 자행할 수 있는 (테러단체) ‘잠복 조직’(sleeper cells)이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는 우리가 주의하고 고려해야 할 실질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앞서 지난 11일 CBS 방송에 출연,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 우려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항상 걱정하는 것이 이런 것들이다. 언제 맞닥뜨릴지 모르는 이런 위협 때문에 솔직히 밤잠도 잘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총격 사건이 동성결혼 허용과 이민행정명령을 포함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진보적 행보에 불만을 품은 일부 극우세력의 소행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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