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박 2일 방한 일정에 동행한 장녀 이방카 트럼프(맨 오른쪽) 백악관 보좌관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청와대에서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앞두고 스티브 므누신(오른쪽에서 두 번쨰) 미 재무장관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맨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2019.07.01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보인 행보에 대해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며 CNN 등 외신들이 1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CNN은 이런 비판론에 빌미를 제공한 상황을 정리해 소개했다.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을 앞두고 한미 양측 대표단은 함께 나란히 줄을 서 사진 촬영을 했다. 중앙에 자리를 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에 김정숙 여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이방카 보좌관 부부 등이 자리한 사진이 공개됐다. 촬영 당시 김정숙 여사 바로 옆에 미 국가안보팀 일원이 아닌 이방카 보좌관이 서는 바람에 폼페이오 장관이 그들 사이에 들어가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어색한 순간이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이방카 보좌관의 대화 시도에 얼떨떨해 하는 각국 정상들의 반응이 담겼다.
이방카 보좌관은 영상 속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의 토론에 끼어들어 발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사회 정의에 대해 언급하자 메이 총리는 “그것(사회 정의)의 경제적 측면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평소 관심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에 이방카 보좌관은 “국방 부문도 똑같다. 전체적인 생태계 측면에서 매우 남성 위주”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정상들이 다소 어색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영상은 끝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화 내용은 이차적인 문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퍼스트 도터’가 국제 정상회의에 계속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라면서 “라가르드 총재는 특히나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연소 미 하원의원인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불거졌다. 코르테스 의원은 “대통령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세계가 나아가면 우리 외교적 지위가 훼손된다. 미국은 대통령이 G20에서 일하길 원한다. 자격 있는 외교관이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대통령의 딸이자 보좌관이라는 신분을 넘어선 역할을 자처한 이방카 보좌관을 비난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함께 G20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1박 2일 방한 일정에도 동행해 한미정상회담 자리에 배석하고 판문점도 함께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마지막 일정이었던 오산 미군기지 연설에서 특별히 이방카를 호명하며 연단 위로 불러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녀를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세계은행 총재에 임명하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카 부부의 족벌정치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다. CNN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떠나고 후임으로 이방카 부부에게 충성을 맹세한 믹 멀베이니 전 예산관리국장이 자리를 꿰차면서 두 사람의 영향력이 한층 더 커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두 사람을 견제해온 켈리 전 실장과 달리 이방카 부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비서실장직에 오른 멀베이니 실장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그들의 ‘월권’을 제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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