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캔들’ 스톤 감형에 美 정가 발칵
네거티브 주도한 ‘트럼프의 40년지기’40개월형 선고… 감옥행 직전 풀려나
백악관 내부도 “큰 실수” 반대 목소리
사법 개입 논란… 대선서 새 뇌관 될 듯
CDC 권고 100일 만에 마스크 쓴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황금색 대통령 직인이 새겨진 남색 마스크를 쓰고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에 입장하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한사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3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마스크 착용에 관한 자발적 권고를 내린 지 100일 만에 공식석상에서 처음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문 전에 “나는 결코 마스크를 반대한 적이 없다”며 “병원에 있을 때, 특히 수술대에서 방금 내려온 장병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특별한 환경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훌륭한 일”이라며 그간의 행보와는 정반대의 언급을 했다.
베데스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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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이 예정돼 있던 정치컨설턴트 로저 스톤을 전날 감형 조치한 것에 대해 “스톤은 마녀사냥의 피해자”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금요일이었던 전날 밤 전격 발표된 트럼프의 ‘측근 구하기’로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허위 증언 및 증인 매수 등 7개 혐의로 기소돼 40개월 형을 선고받았던 스톤은 감옥행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워싱턴 정가와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조차 지켰던 선을 넘은 권력남용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비록 유죄 기록이 삭제되는 사면은 아니지만 형이 집행되기도 전에 감형이 이뤄졌다는 점과 자신의 충복을 위한 ‘보은성 사면’이라는 점에서 역대 어느 행정부에서도 찾을 수 없는 ‘법치주의 훼손’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프리 토빈 CNN 수석 법률분석가는 “심지어 워터게이트 이후 닉슨도 게이트에 연루된 측근들의 형을 감형하거나 사면하지는 않았다”고 질타했다. 실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등에게 사면을 약속했지만 여론을 의식해 결국 사면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선 정치참모이자 ‘러시아 스캔들’로 40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로저 스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감형 조치 소식을 듣고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의 ‘V’자를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포트로더데일 로이터 연합뉴스
포트로더데일 로이터 연합뉴스
‘정치 공작의 달인’으로 불리는 스톤은 1972년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비자금 수수 혐의로 당시 최연소(19세) 나이에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보수진영의 대표적인 정치 컨설턴트로 성장했고, 2016년 대선에서도 온갖 네거티브 캠페인을 기획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반세기 정치 인생의 마지막을 감옥에서 보낼 처지였던 스톤은 자신의 첫 ‘주군’인 닉슨 전 대통령을 능가하는 초법적 권력자이자 ‘40년 지기’인 트럼프 덕분에 사실상의 면죄부를 받고 기사회생하게 됐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7-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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