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역사 청산 방화?… 잿더미 된 249년 역사 美성당

식민역사 청산 방화?… 잿더미 된 249년 역사 美성당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0-07-12 18:04
수정 2020-07-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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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가브리엘 성당 주요 유물은 화 면해

‘강제 개종’ 논란 스페인 수도사가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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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년 역사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가브리엘 성당 내부가 11일(현지시간) 새벽 발생한 화재로 고스란히 탄 채 전면 제단만 간신히 남아 있다. 샌 가브리엘 AP 연합뉴스
249년 역사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가브리엘 성당 내부가 11일(현지시간) 새벽 발생한 화재로 고스란히 탄 채 전면 제단만 간신히 남아 있다.
샌 가브리엘 AP 연합뉴스
249년 역사를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 가브리엘 성당이 11일(현지시간) 화재로 거의 전소했다. 성당 설립자인 스페인 출신 선교사가 인종차별 철폐 시위 국면에서 역사청산 운동의 표적이 돼왔던 만큼 방화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쯤 발생한 화재로 인해 성당의 목재 지붕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내부 대부분도 불에 탔다. 다만 수공예로 제작된 내부 제단과 주요 유물들은 기적적으로 화를 피했다고 성당 측은 전했다. 성당은 다음주에 건립 25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선 소방당국은 “성당의 역사적 기원과 관련된 방화 가능성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샌 가브리엘 성당은 스페인이 캘리포니아 지역을 식민통치하던 1771년 스페인 출신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인 후니페로 세라가 세웠다. 세라는 신대륙에 가톨릭을 전파한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로마 교황청이 성인으로 추서했지만, 인디언 원주민에게 개종과 강제노동을 시켰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식민주의 역사청산 운동에 나선 이 지역 활동가들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로스앤젤레스(LA)에 설치된 세라의 동상을 잇달아 철거하기도 했다. LA 대교구의 로버트 배런 보좌 주교는 “화재 원인과 관련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20-07-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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