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서 유권자끼리 ‘탕탕’… 포틀랜드 비상사태·주방위군 대기명령

버지니아서 유권자끼리 ‘탕탕’… 포틀랜드 비상사태·주방위군 대기명령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0-11-04 01:26
업데이트 2020-11-0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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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역 곳곳서 충돌… 소요 확산 비상

친트럼프 1000여명, 흑인 커뮤니티로 돌진
‘폭동진압법’ 발효… 육군·해병대 투입 우려
유세장에 등장한 기관총
유세장에 등장한 기관총 미국 대선 D-1인 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유세에서 한 지지자가 트럭 위에서 기관총을 만지며 웃고 있다. 이 총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코츠데일 로이터 연합뉴스
‘민주주의의 보루’로 여겨지는 미국 대선일의 풍경은 전례 없이 험악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양측 지지자들의 충돌이 빈번해져 선거 직후 소요 사태 확산을 우려한 주요 주들이 주방위군을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비 속에 선거가 치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뉴저지·콜로라도 등지에서 대거 차량을 몰고 나와 경적을 울리며 위협 시위를 벌여 뉴욕 일대 다리, 콜로라도 470번 고속도로, 뉴저지 가든 스테이트 파크웨이 등이 마비됐다. 캘리포니아 북부 마린시티에서는 친트럼프 시위대 1000여명이 차량을 타고 흑인 커뮤니티로 돌진, 주민들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쏟아부으며 위협을 가했고 이에 일부 주민이 계란을 던지며 맞서기도 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남부 연합 상징물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근처에서 트럼프 반대 유권자들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충돌하면서 서로를 향해 총기와 최루액을 발사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긴장이 높아지자 공화당 소속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대선일 이후 혼란에 대비해 주방위군 1000명에게 대기명령을 내렸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역시 주요 도시에 주방위군을 파견했다. 민주당 소속인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4일까지 인종차별 시위 진원지였던 포틀랜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에 대기를 지시했다. 주 경찰과 포틀랜드가 속한 멀트노마 카운티 보안관들에게도 경계령이 떨어졌다.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 등 각지에서는 투표소 주변에서 격앙된 양당 지지자들이 난동을 부리는 등 위험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뉴저지·위스콘신주는 투표소마다 유권자 및 투표 인력 보호를 위해 수백명의 사복 군인을 배치했다. 이미 지난주까지 10개 주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줄어든 선거 인력을 돕기 위해 주방위군을 선거·보안 업무에 투입했는데, 이번 주 14개 주가 추가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일인 3일 밤을 지지자들과 백악관에서 보냈는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악관 주변에 높은 울타리가 둘러쳐졌다. 경찰은 주방위군 250여명도 근처에서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국내 영토에서 치안 활동을 할 수 있는 군병력은 주방위군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후로 ‘폭동진압법’을 발효해 육군·해병대를 자국민 진압에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20-11-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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