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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실행자 고든 리디 사망

닉슨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실행자 고든 리디 사망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3-31 21:56
업데이트 2021-04-0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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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본부 침입 등 정치적 공작 계획
20년형 받았지만 4년 4개월 만에 사면
라디오 진행 등 극단적 언변으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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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리디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 AP 연합뉴스
고든 리디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
AP 연합뉴스
“나는 말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으로 몰고 간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계획하고 실행했으며, 이런 말을 남기며 끝까지 함구하는 ‘빗나간 충성심’을 보였던 고든 리디(90)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30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해당 계획을 승인했던 존 미첼 전 법무장관, 사건을 은폐했던 닉슨 전 대통령, 워싱턴DC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했던 정보장교 출신 하워드 헌트와 중앙정보국(CIA) 요원 제임스 매코드 등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리디를 포함한 핵심 당사자의 죽음으로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제 기록으로만 남게 됐다.

닉슨이 재선 가도를 달릴 때 리디는 현장에서 각종 지저분한 정치 공작을 실행하는 조직인 ‘배관공들’을 이끌었다. 당시 리디는 정적 암살, 좌익 성향의 싱크탱크 폭파, 베트남전쟁 시위대 납치 등을 닉슨의 재선위원회에 권고할 정도로 무모해 논란이 많았다. 대부분이 무시됐지만 1972년 법무장관이자 재선위 위원장이던 미첼은 워터게이트 빌딩의 민주당 본부 침입 계획은 승인했다. 리디는 헌트와 매코드에게 침입을 지시했고, 5월 28일 이들은 래리 오브라이언 민주당 전국위원장의 전화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하지만 장치 이상으로 도청에 실패하자 6월 17일에 재차 침입했다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고, 추악한 스캔들의 전모가 세상에 드러났다.

리디는 자신은 “간첩이나 쥐”가 아니라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20년형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1971년 9월 국방 분석가인 대니얼 엘즈버그의 정신과 의사 사무실을 침입한 사건에도 연루된 것이 밝혀졌다. 리디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사면으로 4년 4개월 만에 석방됐다. 그는 라디오 진행자, 보안 컨설턴트 등으로 일했고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자서전 ‘윌’(Will)에서 베트남전쟁은 미국 내부의 전쟁이기도 했다며 “전쟁 중에는 법이 침묵한다”는 키케로의 격언을 인용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그의 라디오 방송은 극단적 언변으로 인기도 높았지만 논란도 컸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일례로 정부 요원과 마주치면 “(방탄조끼를 입었을 테니) 머리를 쏘라”고 조언했고, 자신이 청년 시절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에 “전류”가 솟구치는 경험을 했다며 나치에 일찍이 매료됐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1-04-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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