州정부까지 ‘각개 공략’… 글로벌 기업 빨아들이는 ‘블랙홀 미국’

州정부까지 ‘각개 공략’… 글로벌 기업 빨아들이는 ‘블랙홀 미국’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3-02-24 01:52
업데이트 2023-02-2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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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반도체법 활용해 공장 유치
州경제사절단 직접 각국 찾아가
투자계획 없는 기업들에도 ‘구애’
한국·EU 산업 공동화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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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산 최종 조립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973만원)의 세액공제를 해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항을 충족하기 위해 현대차에 이어 도요타도 미국 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오토쇼’에 참석해 쉐보레 콜벳 Z06을 시승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북미산 최종 조립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973만원)의 세액공제를 해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항을 충족하기 위해 현대차에 이어 도요타도 미국 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오토쇼’에 참석해 쉐보레 콜벳 Z06을 시승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 인프라법 시행 이후 주정부도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 유치를 위해 개별 공략에 나서면서 미국이 전 세계 투자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 유럽연합(EU) 등에서 투자 및 일자리 감소 등의 역풍도 우려된다.

워싱턴DC 소식통은 22일(현지시간) “IRA·반도체지원법 등으로 미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주정부의 기업 유치 열풍이 거세다”고 밝혔다. 특정 투자 계획이 없는 한국 대기업조차도 각 주의 투자유치조직으로부터 “우리 주에 투자하라”는 구애를 공공연히 받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4월 하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면서 미국 내 한국 기업의 추가 투자에 대한 기대도 부풀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방미 얘기가 흘러나오자 국회에도 적극 로비 시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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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에 따라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면 투자액의 30%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 주고,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25% 세액공제가 된다. 별도의 시설 건립 지원금도 있다.

이미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인텔은 200억 달러(25조 9240억원)를 투자해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짓는다. 또 주정부들은 3700억 달러(480조원)에 이르는 IRA의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무기로 유럽 기업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는 지난달 초 직접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노르웨이와 스위스를 찾았다. 주지사가 투자 유치를 위해 노르웨이를 방문한 건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오하이오주의 투자유치조직인 ‘잡스 오하이오’는 최근 4개월간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을 순회했다. 전기차, 태양광, 원자력, 수소, 배터리 분야의 유럽 기업 공장을 빨아들여 미래 산업을 선점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BMW는 지난해 10월 미국에 배터리와 전기자동차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데 17억 달러(2조 2071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노르웨이 프레이르도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26억 달러(3조 375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는 북미산 최종 조립 전기차에만 7500달러(973만원)의 세액공제를 주는 IRA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2025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 테슬라도 독일에 설립하려던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축소하고 물량을 미국으로 돌리기로 했다.

한국, EU, 일본 등은 그간 바이든표 ‘바이 아메리카’ 법안의 수정을 요구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한국 전기차 산업 등 각국에서 ‘산업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EU가 같은 보조금 정책으로 미국에 맞불을 놓을 경우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는 더욱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2023-02-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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