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선 “무죄”외 침묵한 트럼프… 자택선 25분간 검찰 작심 비판

재판선 “무죄”외 침묵한 트럼프… 자택선 25분간 검찰 작심 비판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3-04-06 00:06
업데이트 2023-04-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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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년 미국사 뒤흔든 사법리스크

판사 “발언 자제” 경고 의식한 듯
‘1시간에 8단어’ 법적책임 최소화
황금시간대 귀가하자마자 연설
‘노이즈 마케팅’으로 표심 결집도
바이든, 역풍 고려 노코멘트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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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한복판 트럼프 지지 집회
맨해튼 한복판 트럼프 지지 집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형사 기소의 인부 절차에 참석한 뉴욕주 맨해튼 형사법원 앞 컬렉트폰드 공원에서 트럼프 지지자가 ‘민주당은 파시스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뉴욕 이경주 특파원
미국 역사 230여년 만에 처음으로 형사 기소로 법정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1시간 동안 단 8개 단어만 구사했다. 이날 저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25분간 형사 기소가 ‘선거 개입’이라며 작심 발언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법정에서는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고 정치적 언변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동시에 지지자 표심을 결집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1시간여 진행된 기소인부 절차에서 의미 있는 단 하나의 답변은 3명에게 각각 입막음용 돈을 전달하고 이를 감추려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며 대배심이 제기한 34개 혐의 모두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죄”라고 부인한 것이다. 나머지는 세 차례의 ‘Yes’(네)와 ‘Okay Thank you’(네 감사합니다) 등이 답변의 전부였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을 통해 사법 절차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후안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에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의 권리 보장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각에서 전망한 ‘함구령’은 내리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폭력을 조장하거나 시민의 불안을 유발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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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한복판 트럼프 반대 집회
맨해튼 한복판 트럼프 반대 집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형사 기소의 인부 절차에 참석한 뉴욕주 맨해튼 형사법원 앞 컬렉트폰드 공원에서 열린 반트럼프 집회에 ‘마침내 트럼프가 체포됐다’고 쓴 현수막이 펼쳐져 있는 모습.
뉴욕 이경주 특파원
이를 고려한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 절차가 끝난 뒤에도 언론이나 지지자를 향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곧바로 뉴욕 라과디아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위하라”, “죽음과 파괴를 가져올 것”, “마녀사냥” 등으로 지지층을 선동해 왔다.

이날 법정 출석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인 수모지만, 대선 패배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갈구했던 상황을 대입하면 엄청난 ‘노이즈 마케팅’의 기회도 됐다. 세간의 관심사였던 ‘수갑을 찬 트럼프’와 ‘트럼프 머그샷’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2024년 트럼프 대선 본부는 그의 머그샷이 담긴 티셔츠를 공식 사이트에서 36달러(약 4만 7000원)에 판매하며 선거 마케팅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 연설이 오후 8시 이후 진행돼 그가 ‘황금 시간대’에 다시 복귀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사안과 거리두기를 계속했다. 자신의 비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심 집결에 외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0년 대선 직후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시도했던 혐의,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참사를 부추긴 의혹, 마러라고 자택에서 압수된 다량의 기밀 문건 수사 등 이른바 ‘트럼프 사법리스크’가 추가될 경우 대형 악재로 비화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뉴욕 이경주 특파원
2023-04-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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