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킹, 인도 경제] (4) 현지 기업의 공세에 맞서라

[히치하이킹, 인도 경제] (4) 현지 기업의 공세에 맞서라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5-12-07 17:52
업데이트 2015-12-08 02:0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탄두리 치킨 파는 ‘토종 사랑방’… 상장 때 1983억원 몰려

삼성, LG, 현대차 등은 인도에서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991년 인도 소비시장 개방 뒤 선발 주자로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영국, 일본 등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고 인도인들과 소통하며 브랜드 가치를 지켜 온 결과다. 최근 한국 기업들 앞에 추가된 또 다른 경쟁자는 인도 현지 기업들이다. 전자의 마이크로맥스, 자동차의 타타와 마힌드라 등 토종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한국 대기업들이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중소기업들이 인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한층 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 확대
1996년 벵갈루루에 1호점을 처음 연 인도의 커피전문점 카페커피데이는 2015년 현재 인도 전역에 1550개의 점포를 보유하며 인도 외식 시장에서 글로벌 패스트푸드 전문점을 제치고 점포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벵갈루루의 카페커피데이 1호점에서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 온 사람이 노트북을 켜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1996년 벵갈루루에 1호점을 처음 연 인도의 커피전문점 카페커피데이는 2015년 현재 인도 전역에 1550개의 점포를 보유하며 인도 외식 시장에서 글로벌 패스트푸드 전문점을 제치고 점포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벵갈루루의 카페커피데이 1호점에서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 온 사람이 노트북을 켜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전용 매장이 입점해 있는 벵갈루루의 유명 쇼핑 거리인 브리게이드 로드에 위치한 카페커피데이 1호점 외관.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의 전용 매장이 입점해 있는 벵갈루루의 유명 쇼핑 거리인 브리게이드 로드에 위치한 카페커피데이 1호점 외관.


이미지 확대
카페커피데이는 다른 커피전문점과 달리 직원이 주문한 음식을 직접 가져다주는 등 고객 친화적 서비스로 유명하다. 사진은 카페커피데이 1호점 직원이 계산대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는 모습.
카페커피데이는 다른 커피전문점과 달리 직원이 주문한 음식을 직접 가져다주는 등 고객 친화적 서비스로 유명하다. 사진은 카페커피데이 1호점 직원이 계산대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는 모습.
‘인도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커피데이, 기업공개(IPO)로 1억 7000만 달러(약 1983억원)를 모으다.’

지난 10월 카페커피데이의 상장 결과를 포브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주목했던 상장답게 흥행은 성공적이어서 1.8대1의 공모 경쟁이 벌어졌다.

카페커피데이가 모은 공모가액은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커피 체인점인 필즈커피가 벤처 투자자로부터 끌어모은 투자금(약 160억원)의 12배에 달했다. 이 금액은 인도 외식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인도의 전국레스토랑연합회에 따르면 인도의 외식산업은 2013년 43조원에서 2018년 71조원 규모로 5년 동안 약 65% 성장할 전망이다. 카페커피데이의 인도 내 점포 수는 1550개로 인도에 진출한 세계적인 외식업체인 도미노 피자(921개), 서브웨이(531개), 맥도날드(213개)의 점포 수를 상회한다.

정보기술(IT) 기업을 주고객으로 둔 필즈커피처럼 카페커피데이도 인도판 실리콘밸리인 벵갈루루에서 1996년 탄생했다. 이어 2001년까지 벵갈루루 인근에 18개 지점을 내고 현재 인도 전역에 1550여개 매장을 뒀다. 서울신문이 카페커피데이 1호점을 지난달 21일 찾았다. 150여년 전부터 커피 농장을 소유한 가문 출신인 V G 싯다르타가 1호점을 개장했을 때 이곳의 커피 한 잔 값은 25루피로 주변 가게에서 팔던 필터 커피보다 5배 더 비쌌다. 하지만 고객들이 자유롭게 쓰도록 개인용 컴퓨터 2대를 배치하고, 가족끼리 들러 간단한 식사까지 할 수 있도록 서비스에 신경을 쓰자 고객이 늘었다고 한다. 고객 중엔 사업가와 프리랜서들이 특히 많았다.

인도 토종 재벌인 타타와 손잡고 진출한 스타벅스가 75개 매장을 운영하는 등 커피에 대한 선호가 다소 커졌고, 이에 따라 카페커피데이 메뉴 가격(카푸치노 79루피·약 1380원)이 스타벅스의 가격(카푸치노 120루피·약 2100원)보다 다소 저렴해지는 변화가 있었지만 인도인의 취향을 공략한다는 카페커피데이 전략엔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2개 층(연면적 185㎡)으로 이뤄진 1호점 안은 연인, 부부, 친구 등 다양한 조합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심지어 고객과 상담하는 사업가도 여럿 있었다.

1호점 점장인 지노 조세프는 스타벅스가 카페커피데이에 위협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메뉴판을 보라”는 답을 내놓았다. 음료 말고도 햄버거, 샌드위치, 탄두리 치킨 등 다양한 음식을 제공해 저렴하게 한곳에서 식사, 음료, 디저트를 해결하려는 인도인을 공략하는 등 인도에 최적화된 시스템은 자신들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조세프는 “카페커피데이의 오랜 고객들이 스타벅스로 옮겨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매장에서 만난 프리랜서 성격 교정 상담가 스네하 사텐드라 역시 “스타벅스가 1분 거리에 있지만 카페커피데이에 계속 올 생각”이라면서 “점원들이 친절하고 오래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토론을 좋아하는 인도인들이 3~4시간씩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도 토종 기업인 카페커피데이에선 그러려니 한다는 설명이다.

글 사진 벵갈루루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5-12-08 18면
많이 본 뉴스
성심당 임대료 갈등, 당신의 생각은?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이자 대전 명물로 꼽히는 ‘성심당’의 임대료 논란이 뜨겁습니다. 성심당은 월 매출의 4%인 1억원의 월 임대료를 내왔는데, 코레일유통은 규정에 따라 월 매출의 17%인 4억 4000만원을 임대료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심당 측은 임대료 인상이 너무 과도하다고 맞섰고,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성심당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대료 갈등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규정에 따라 임대료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의 임대료 1억원을 유지해야 한다
협의로 적정 임대료를 도출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