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힌두사원 여성 불허 논란...시위 여성들 봉쇄 뚫고 진입

印 힌두사원 여성 불허 논란...시위 여성들 봉쇄 뚫고 진입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9-01-03 13:49
수정 2019-01-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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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에도 여성 출입 금지...여성 500만명 620km 인간 띠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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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 인도 남부 케랄라주 고치에서 여성의 사원 출입을 금지한 사바리말라 사원 관계자들과 여성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되자 인도 경찰이 개입해 해산시키고 있다.  고치 AFP 연합뉴스
2일(현지) 인도 남부 케랄라주 고치에서 여성의 사원 출입을 금지한 사바리말라 사원 관계자들과 여성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되자 인도 경찰이 개입해 해산시키고 있다.
고치 AFP 연합뉴스
인도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사원 가운데 한 곳이 가임기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지 않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사원측이 대법원 판결에도 불응한채 여성 출입을 금지하자 인도 여성 수백만명이 620㎞에 달하는 인간띠를 만들면서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반대세력의 봉쇄를 뚫고 사원에 진입했다.

AFP통신은 2일(현지시간) 힌두교 성지인 인도 남부 케랄라주 사바리말라 사원의 여성 입장을 허용하는 인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찬반 세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두 여성이 반대 세력의 봉쇄를 뚫고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케랄라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명의 여성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동이 트기 직전 케랄라주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이 사원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영상 기록에 따르면 각각 카나카 두르가, 빈두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성은 검은색 복장을 하고 사원에 뛰어들어가면서 머리를 숙였다.

피나라이 비자얀 케랄라주 주지사는 “여성들이 사원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면서 “경찰은 사원에서 예배를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1일 오후에는 케랄라주 전역에서 모인 여성들이 북부 도시 카사라고드부터 남부 티루바난타푸람까지 620㎞ 길이의 길가에서 어깨를 맞대며 길게 늘어서며 여성의 사원 출입을 허용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최 측은 BBC방송에 500만명이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한 사원 중 하나로 여겨지는 사바리말라 사원은 전통적으로 10대부터 50대까지 가임기 여성의 입장을 금지해왔다. 힌두교는 생리 중인 여성을 부정하다고 여겨 이들이 종교 의식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 다만 엄격히 규칙을 지킨 사바리말라를 제외한 대다수 사원은 넓은 가임기 연령 여성의 출입을 전면 금지하기보다 ‘생리하지 않는 시기’에는 입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사바리말라 사원의 이같은 조치가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인도 대법원은 지난 9월 사바리말라 사원에 여성 출입을 허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인도 사회는 갈등에 휩싸였다. 여성 출입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은 사원에 입장하려는 여성 신도를 공격하면서 경찰과 충돌해 현재까지 2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인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도 대법원 판결이 힌두교의 가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인도 좌파 연합이 집권하고 있는 케랄라 주정부는 사바리말라 사원을 비판해 중앙정부와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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