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통령 전격 사임
최악 경제난에 10만명 퇴진 시위
대통령 집무실·총리 사저도 점거
“우리가 고통받는 동안 호화 생활”
코로나·물가 54% 폭등 ‘경제 붕괴’
20년 권력 휘두르던 라자팍사
TV 성명 발표 뒤 군 보호받는 중
9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10만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집무실 밖에서 국기를 흔들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 일부는 이날 경찰 방어막을 뚫고 집무실과 관저에 난입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시위대가 관저를 점거하기 전에 긴급히 몸을 피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콜롬보 AFP 연합뉴스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스리랑카 국회의장은 이날 TV 성명을 통해 라자팍사 대통령이 오는 13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최루탄을 쏴 대는 경찰 장벽을 뚫고 대통령 관저 등을 습격한 시위대와 각 정당 대표의 퇴진 요구를 더는 버티지 못한 것이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EPA 연합뉴스
EPA 연합뉴스
시위에 참가했던 다누는 “우리가 고통받는 동안 납세자의 돈으로 그가 어떻게 삶을 즐겼는지 눈으로 확인했다”면서 “대통령은 도둑”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시위 참가자인 루키 페르난도는 “살아 있는 정권을 심판한 최대 규모의 민중 봉기”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역사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최악의 경제난’을 부른 정권에 분노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의 콜롬보 관저를 점거한 반정부 시위대가 국민들의 생활고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호화로운 관저 야외 수영장에서 9일(현지시간) 분통을 터뜨리듯 물놀이를 하고 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날 밤 전격 사임했다. 콜롬보 AP 뉴시스
현재 라자팍사 대통령은 군 보호 아래 도피한 상태다. 아베이와르데나 국회의장은 이날 각 정당 대표에 의해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지난 5월 취임한 라닐 위크레마싱헤 총리도 이날 자택이 불타기 직전 사임했다. 정당 지도부는 임시 거국 정부 구성 및 선거 일정 등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총리의 공관을 점거한 시위대가 생활관에 있는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콜롬보 AP 뉴시스
백민경 기자
2022-07-11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