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공산당 권위에 도전하는 홍콩 시스템 손보겠다”

시진핑 “공산당 권위에 도전하는 홍콩 시스템 손보겠다”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7-03 01:28
수정 2017-07-03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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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홍콩시민에 강력한 경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 내에서 반중국 세력과 독립 세력이 확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시진핑 “일국(一國) 우선”
시진핑 “일국(一國) 우선” 시진핑(맨 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인 지난 1일 홍콩 완차이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캐리 람(두 번째) 새 행정장관의 취임식에서 새 각료들이 선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연설에서 “국가 주권과 공산당 중앙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중국의 힘을 드러냈다.
홍콩 EPA 연합뉴스
홍콩시민 “양제(兩制) 먼저”
홍콩시민 “양제(兩制) 먼저” 홍콩 반환 20주년인 지난 1일 홍콩 도심에서 행정장관 직선제 등 민주화를 촉구하는 ‘7·1대행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 등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매년 주권 반환일에 개최된 행사로 올해는 폭우와 경찰의 규제로 역대 최소인 6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만 4000명)이 참여했다.
홍콩 AP 연합뉴스
시 주석은 이날 홍콩 완차이(灣仔)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주권 반환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가 주권의 안전을 해치는 모든 활동과 중앙 권력·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헌법 격) 권위에 대한 도전, 홍콩을 이용해 벌이는 중국 본토에 대한 침투·파괴 활동이 모두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것”이라며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홍콩 시민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 라인’으로 ▲국가주권 훼손 ▲중앙권력 및 홍콩기본법 권위에 대한 도전 ▲홍콩을 이용한 중국 본토의 침투·파괴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선을 넘는 모든 행위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의 경고는 홍콩에서 일기 시작한 독립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것이며 홍콩의 자치권 축소를 빌미로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하는 서방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점점 더 거세지는 반중 감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홍콩을 중국과 일체화하는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히기도 한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에 큰 반감을 갖고 있는 홍콩 젊은이들을 직접 언급하며 “너무 많은 정치적 논쟁이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있으니 모든 것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방침과 홍콩의 기반이 되는 중국 헌법을 분명히 이해하라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특히 “국가 주권·안전·이익을 지키기 위해 홍콩의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언론들은 이를 홍콩기본법 23조를 구체화해 국가안전법을 제정하라는 명령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1997년 홍콩 주권을 반환받으면서 홍콩 체제를 규정하는 기본법을 제정했는데 이 중 23조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처럼 국가 전복, 반란 선동,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조직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감옥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 정부는 2002년부터 국가안전법 제정을 추진해 왔으나 시민들의 반발로 아직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 주석은 2014년 우산혁명 이후 홍콩의 민심이 심각하게 이반되는 것을 보면서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에만 통치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제’보다는 ‘일국’을 강조해 홍콩을 중국에 확실히 묶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도 “일국이란 바탕이 견고해야 가지(양제)가 풍성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캐리 람(林鄭月娥·60·여) 제5대 행정장관 취임 선서식도 진행됐다. 람 장관은 시 주석 앞에서 홍콩의 광둥화(廣東話) 대신 중국 본토의 푸퉁화(普通話)로 취임 연설을 했다. 람 신임 장관은 “일국양제 원칙 시행과 기본법 수호, 법치 방어, 중앙정부와 홍콩특별행정구 간 깊고 긍정적인 관계 촉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다수 홍콩 주민들은 ‘일국’보다는 ‘양제’(자치권) 강화를 원한다. 시 주석이 떠난 홍콩에는 행정장관 직선제와 자치 강화를 촉구하는 ‘7·1 대행진’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경찰은 “거리 행진 참가자가 2003년 이후 최저인 1만 4000여명에 불과했다”고 깎아내렸다. 이에 주최 측은 “경찰의 과도한 규제와 압박 때문에 참가자가 예년에 비해 적었어도, 분노는 더 치솟고 있다”고 응수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7-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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