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철거 못 한다” “당장 없애라” … 中 호화빌라·공공임대 ‘담장 대치’

[특파원 리포트] “철거 못 한다” “당장 없애라” … 中 호화빌라·공공임대 ‘담장 대치’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9-15 22:46
수정 2017-09-1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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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벽’ 높아지는 中

“격리에 반대한다. 당국은 담장 철거 공사를 집행하라.”

“철거 못 한다. 세금 많이 내는 우리에게도 혜택을 달라.”
베이징 3환 서북쪽에 있는 최고급 빌라인 ‘제이드 맨션’. 맨션 뒤쪽으로 서민층이 사는 흰색 임대아파트가 보인다. 양쪽은 담장 철거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바이두 캡처
베이징 3환 서북쪽에 있는 최고급 빌라인 ‘제이드 맨션’. 맨션 뒤쪽으로 서민층이 사는 흰색 임대아파트가 보인다. 양쪽은 담장 철거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바이두 캡처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룽후톈푸’라는 아파트 단지에는 요즘 상반된 주장이 담긴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이 단지에는 초호화 분양 아파트와 허름한 공공임대 아파트가 공존한다. 단지 사이에는 담장이 설치돼 있다. 시공사가 아파트를 지을 때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호화 분양아파트 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운 것이다.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달 31일까지 담장을 철거하라고 명령했지만, 분양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베이징 3환 서북쪽에 있는 최고급 빌라인 ‘제이드 맨션’ 주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빌라에 사는 펑씨는 “우리가 평(1㎡)당 시설 유지비를 9위안(약 1550원)씩 내는 반면 저쪽 사람들은 한 푼도 안 내는데 어떻게 공원과 체육시설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느냐”고 했다. 펑씨가 가리킨 ‘저쪽 사람들’은 철제 담벼락을 사이에 둔 임대아파트 주민들이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차오씨는 “곳곳을 담벼락으로 막아 놓아 우리 쪽 200가구는 출입문 하나로만 통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룽후톈푸’ 주택 단지에 사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시 당국에 담장 철거를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바이두 캡처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룽후톈푸’ 주택 단지에 사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시 당국에 담장 철거를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바이두 캡처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룽후톈푸’ 주택 단지 담장 반대편 고급 분양아파트 주민들이 담장 철거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모습. 바이두 캡처
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룽후톈푸’ 주택 단지 담장 반대편 고급 분양아파트 주민들이 담장 철거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모습.
바이두 캡처
이웃 간 분쟁은 2013년 베이징 시정부가 주택 개발업자들에게 택지를 분양하면서 임대주택을 많이 짓겠다고 입찰서를 써낸 업자들을 우대하면서 비롯됐다. 경쟁적으로 호화주택이 지어지면서 서민들이 주거지를 잃자 시 당국이 임대주택 끼워 넣기 정책을 실시했는데, 주민 갈등으로 분출됐다. 룽후톈푸 단지는 시공사가 시정부로부터 평당 3만 6000위안(약 620만원)에 토지사용권을 얻어 임대 주민들에게는 평당 2만 2000위안(약 379만원)에 임대했고, 호화 주택 주민들에게는 평당 11만 위안(약 1986만원)에 분양했다. 시공사는 호화 주택 단지에만 공원과 운동시설, 영어학원 등을 지었고,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이용을 막기 위해 담장을 쳤다. 호화 주택 주민들은 경비원까지 고용해 임대아파트 어린이들과 자신의 아이들이 섞여 노는 것까지 감시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 정부는 지난달 1일 룽후톈푸 단지처럼 갈등을 빚는 시내 20여개 단지에 일괄적으로 담장 폐쇄를 명령했다. 담장을 허물지 않는 시공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향후 입찰에서 배제하겠다고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호화 아파트 주민들은 “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임대료 보조금까지 주면서 왜 세금을 많이 내는 우리들은 주거권까지 침해당해야 하느냐”며 단체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웃 간 담장을 허물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벽을 높이고 있다”며 “이것이 ‘사회주의 중국’의 자화상”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9-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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