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벽’ 높아지는 中
“격리에 반대한다. 당국은 담장 철거 공사를 집행하라.”“철거 못 한다. 세금 많이 내는 우리에게도 혜택을 달라.”

바이두 캡처

베이징 3환 서북쪽에 있는 최고급 빌라인 ‘제이드 맨션’. 맨션 뒤쪽으로 서민층이 사는 흰색 임대아파트가 보인다. 양쪽은 담장 철거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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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3환 서북쪽에 있는 최고급 빌라인 ‘제이드 맨션’ 주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빌라에 사는 펑씨는 “우리가 평(1㎡)당 시설 유지비를 9위안(약 1550원)씩 내는 반면 저쪽 사람들은 한 푼도 안 내는데 어떻게 공원과 체육시설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느냐”고 했다. 펑씨가 가리킨 ‘저쪽 사람들’은 철제 담벼락을 사이에 둔 임대아파트 주민들이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차오씨는 “곳곳을 담벼락으로 막아 놓아 우리 쪽 200가구는 출입문 하나로만 통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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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룽후톈푸’ 주택 단지에 사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시 당국에 담장 철거를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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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시 차오양구의 ‘룽후톈푸’ 주택 단지 담장 반대편 고급 분양아파트 주민들이 담장 철거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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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심각해지자 시 정부는 지난달 1일 룽후톈푸 단지처럼 갈등을 빚는 시내 20여개 단지에 일괄적으로 담장 폐쇄를 명령했다. 담장을 허물지 않는 시공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향후 입찰에서 배제하겠다고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호화 아파트 주민들은 “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임대료 보조금까지 주면서 왜 세금을 많이 내는 우리들은 주거권까지 침해당해야 하느냐”며 단체행동으로 맞서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웃 간 담장을 허물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벽을 높이고 있다”며 “이것이 ‘사회주의 중국’의 자화상”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9-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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