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테드 극장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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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부 헤난성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왕슈핑은 커밍아웃 이후 실직하고 공공연한 테러를 당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클리닉은 폭도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 뒤 그녀는 미국 유타주로 이주한 뒤 다시는 중국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친구들, 남편과 함께 하이킹을 즐기다 숨졌다고 영국 BBC가 26일 전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현재 영국 런던의 햄스테드 극장에서 그녀의 삶을 다룬 연극 ‘지옥 궁전의 왕’이 공연되고 있는데 그녀를 “공중보건의 영웅”이라고 칭하고 있다. BBC 올해의 여성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 터라 사망 소식은 갑작스럽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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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상부에 작업 관행 등을 고치자고 건의했지만 묵살 당했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딴소리만 들었다.
왕 박사는 보건부에 제보해 이슈를 삼았고, 보건부는 모든 헌혈자들은 C형 간염 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이런 노력으로 이 전염병이 널리 퍼지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혈장 수집소를 그만 두고 보건소로 직장을 옮겼다.
1995년 그녀는 한 기증자가 HIV 양성인데도 네 군데 지역에서 피를 판 사실을 알게 됐다. 왕 박사는 또 상부에 헤난성에서 수집한 모든 혈액에 대해 HIV 검사를 실시하자고 건의했다. 마찬가지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재 영국 런던의 햄스테드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지옥 궁전의 왕’ 한 장면.
햄스테드 극장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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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향에 돌아오니 공격 타깃이 돼 있었다. 은퇴한 보건 지도자라고 자칭한 남성은 그녀의 검사센터를 찾아와 기물과 장비를 부쉈다. 막으려는 그녀를 구타하기도 했다.
이듬해 전국의 모든 혈액과 혈장 수집소는 문을 닫고 검사를 받았고, 나중에 다시 열었을 때는 HIV 검사가 추가돼 있었다. 그녀는 “내가 벌인 일이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해 뿌듯하다”고 말했지만 다른 이들은 생각이 달랐다.
같은 해 한 보건 컨퍼런스 도중 고위 관리가 “어느 지역의 검사센터를 운영하는 남자가 (감히) HIV 전염 위험을 중앙정부에 곧바로 꼰질렀다”고 발언하는 것을 듣고 왕 박사는 “나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내가 그걸 고발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직장을 잃었다. 집에서 남편이나 돌보라는 말을 들었다. 보건부에서 일하던 남편 역시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해서 이혼하고 말았다.
연극 대본을 쓴 프랑세스 야추와 함께.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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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뒤 개리 크리스텐센과 재혼한 뒤 왕 박사는 솔트레이크 시티로 이주해 유타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올해 BBC 올해의 여성 인터뷰를 할 때 그녀는 중국 국가안보 관료가 헤난성의 가족과 친지들을 찾아와 자신의 얘기를 연극으로 제작하는 일을 중단시켜달라고 압박했다고 털어놓았다.
한달 전 햄스테드 극장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내부고발로 직장, 결혼, 행복을 잃었지만 수천 수만의 목숨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친구 데이비드 코히그는 “고인은 대단한 결단력과 무한한 긍정, 아주 사랑스러운 여성이었다. 영어 이름 선샤인도 그런 이유로 골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