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업체 톱 2곳 노동자만 700만명
영하 20도 뚫고 봉쇄 속 생필품 배달
보호대책 없이 ‘코로나 영웅’ 칭송만
저임금 농민공 활용해 ‘플러스 성장’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음식 배달 플랫폼 ‘어러머’의 한 노동자가 베이징에서 눈보라를 헤치고 주문 음식을 운반하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플러스 성장’을 일궈 낸 가운데 경제 회복 견인차 역할을 한 배달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도마에 올랐다. 지방에서 혈혈단신 대도시로 올라와 저임금 근로에 시달리는 농민공(이주노동자)을 중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이 ‘소모품’ 취급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중국의 양대 음식배달 서비스인 메이퇀뎬핑과 어러머에서만 700만명 넘는 배달 노동자가 일한다. ‘긱 워커’(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일회성 일을 맡는 근로자)로 불리는 이들은 시간당 50위안 안팎을 받는다. 장기 계약을 맺으면 매달 4000~8000위안(약 68만~137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쥐꼬리만 한 돈이라도 꾸준히 벌려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 ‘996’ 근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11일 중국 장쑤성 타이저우의 스쿠터 배달 노동자 류진(48)이 플랫폼 서비스 ‘어러머’에 임금 체불을 항의하려고 분신을 시도하자 주민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다. 웨이보 캡처
미국 뉴욕의 인권단체 ‘차이나 레이버 워치’의 리창 이사는 “중국의 배달 노동자가 법적 통로로 플랫폼 기업과 싸우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어서 대부분은 투쟁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이나 가혹한 근로조건에 항의하면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이유로 해고되거나 투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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