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혈 에이즈’ 폭로… 탄압에도 멈추지 않았다

中 ‘매혈 에이즈’ 폭로… 탄압에도 멈추지 않았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23-12-13 02:22
업데이트 2023-12-13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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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야오제, 美서 96세로 별세

퇴치 운동 공로로 ‘막사이사이상’
힐러리 “가장 용감한 여성 중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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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산부인과 의사 가오야오제가 2007년 2월 22일 베이징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며 중국의 에이즈 실태를 고발한 자신의 저서를 보여 주고 있다. 그는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며 중국 당국의 탄압을 받다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도 중국 보건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렸다. AP 연합뉴스
중국의 산부인과 의사 가오야오제가 2007년 2월 22일 베이징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며 중국의 에이즈 실태를 고발한 자신의 저서를 보여 주고 있다. 그는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며 중국 당국의 탄압을 받다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도 중국 보건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렸다.
AP 연합뉴스
1990년대 중국 농촌의 에이즈 실태를 폭로하고 퇴치 운동을 펼친 산부인과 의사 가오야오제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96세로 별세했다. 고인의 구술 전기를 편찬해 온 린스위는 이날 고인의 뉴욕 정착을 도운 앤드루 네이선 컬럼비아대 교수로부터 별세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마류 했다.

1927년 산둥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4년 허난대 의대를 졸업한 뒤 허난중의학원 교수를 지냈다. 69세이던 1996년 허난성의 가난한 농민들이 매혈과 수혈을 통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 이를 국제사회에 고발했다. 다른 생계 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매혈을 눈감아 주던 당국으로선 고인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촌락 100여곳을 방문해 에이즈 환자들을 면담하고 주머니를 털어 음식과 옷가지, 에이즈 교육 책자를 배포했다. 이런 공로로 2003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고 ‘중국 에이즈의 어머니’로 불렸다.

그러나 공안당국은 가오의 활동을 사회불안 행위로 간주해 괴롭혔고 해외 시상식 참석을 방해했다. 가오는 2009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미국 워싱턴에서 저서 ‘피의 재난-1만 통의 편지’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에이즈 실태를 알리는 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당국은 나의 생활을 제한했다. 전화와 컴퓨터도 감시당했고 외출하면 미행하는 사람이 붙었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일찍이 “내가 아는 한 가장 용감한 여성 중 한 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부음이 전해지자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는 애도의 글이 넘쳐났다. 한 누리꾼은 “가오 박사가 에이즈 환자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양심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그녀를 기억할 것”이라고 썼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업적을 알면 누구나 추모하게 될 것이라고 적은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는 그가 미국으로 건너간 점과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것을 비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2023-12-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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