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힘든 일’ 강력히 주장… 생각 중”
아이폰·맥북 등 中팍스콘서 생산·조립삼성전자 美수출품 베트남·인도서 만들어
美에 추가 공장 건설 압박 카드 분석도
삼성 측 “후속 내용 없어 일단 상황 주시”
휴가 마친 트럼프 가족
휴가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아내 멜라니아, 아들 배런 등 가족과 함께 18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려 걸어오고 있다.
모리스타운 AP 연합뉴스
모리스타운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쿡 CEO와 저녁식사를 한 것과 관련, “쿡이 주장한 것들 중 하나는 삼성전자는 (애플의) 넘버원 경쟁자이고 삼성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게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좋은 경쟁자인지 물었더니 그가 ‘우리는 아주 좋은 경쟁자’라고 했다”면서 “그가 아주 강력한 주장을 했다고 보고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수출하는 애플과 삼성전자 제품의 관세를 다르게 매기는 것은 생산지가 달라서다. 애플은 제품의 대부분을 중국 팍스콘에서 생산·조립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중국 등 6개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애플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관세 직격탄’을 맞게 됐지만,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스마트폰의 대부분이 베트남이나 인도에서 만들어지고 있어서 관세 면에서 애플보다 우위를 갖게 됐다. 이들 국가에서 생산되는 정보기술(IT) 제품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기본적으로 무관세이다.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만들지만 대부분 중국 내수용인 데다가 점차 그 규모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선전의 통신장비 공장, 같은 해 12월에는 텐진의 휴대전화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중국 내 마지막 남은 휴대전화 생산기지인 후이저우 공장에서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며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도 중장기적으로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더 싼 쪽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는 사이 일단 관세 문제를 제기하며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9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관세가 예고된 가운데 애플워치·에어팟(9월 1일부터 적용)을 제외한 애플 제품(아이폰, 맥북 등)들은 관세부과를 12월 15일로 연기한 바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과 관련된 IT 제품을 아예 관세 부과에서 제외하는 것을 고려 중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페이’와 관련된 특허권 분쟁과 ‘일본 무역 제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를 걸고 넘어져 추가로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흐름이 눈에 띄기 때문에 미국 공장 증설을 압박하는 제스처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구체적 후속 내용이 없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9-08-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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