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러시아의 압력에 못이겨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 제공하는 자체 지도와 기상 정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표기를 바궜다. 사진은 2010년 7월 프랑스 파리의 애플 스토아 전면에 내걸린 애플 로고. 파리 AFP 연합뉴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 국가 두마는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이 애플에서 러시아 영토로 표시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내 항구 도시인 세바스토폴을 별도의 지역으로 취급한다. BBC가 애플 아이폰으로 실험한 결과 모스크바에서 전화기를 사용하면 러시아판 애플 ‘앱 스토어’를 사용하도록 설정이 변경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에서 등록된 기기에서는 해당 지역이 어느 국가의 영토도 아니라고 나온다.
애플은 지난 수개월간 크림반도 지명 표기가 부정확하다는 국가 두마의 지적에 따라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벌여왔다. 애플은 당초 크림반도를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은 지역으로 표시하겠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실리 피스카료프 국가 두마 안보·반부패 위원장은 애플 대표단과 만나 “애플은 러시아의 헌법을 준수해 왔다”며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 영토로 표시하는 것은 러시아법상 형사 범죄에 해당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피스카료프 위원장은 “이제 러시아가 원하는 것은 모두 달성했으며, 이를 되돌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언제나 외국 기업과 건설적인 협력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애플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지만, 유럽연합(EU)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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