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 위협 비상인데… 이창용·홍남기 ‘당국 개입’ 시각차

환율 1300원 위협 비상인데… 이창용·홍남기 ‘당국 개입’ 시각차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22-05-02 20:36
수정 2022-05-03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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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한은 수장 불협화음 우려
李총재 “원화 절하 폭 심하지 않아
환율 목표 금리 결정 바람직 안해”
洪부총리 “시장 안정” 구두 개입
당국 내 엇박자로 효과 반감시켜
추경호 후보자도 “당국 역할 중요”
한은과 ‘합’ 잘 맞을지 관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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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2년 1개월 만에 최고
환율 2년 1개월 만에 최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265.1원으로 마쳤다. 오장환 기자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0원을 위협하는 등 비상이 걸린 가운데 환율 정책을 놓고 관련 당국 수장들 간 시각차가 노출됐다. 대내외적으로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 불협화음은 시장의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의를 앞두고 긴축 경계감이 커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9.2원 오른 1265.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급등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최근 기재부와 한은은 외환 당국 개입 여부를 놓고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환율이 2년 1개월 만에 장중 1250원을 돌파한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아직까지 원화의 절하폭이 엔화 등 다른 국가 통화에 비해 심한 편은 아니다”라면서 “환율 움직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있지만, 환율을 타깃(목표)으로 삼아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에 대한 당국 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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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총재의 발언이 있은 지 불과 3일 후인 지난달 28일 환율 급등세가 계속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급격한 시장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며,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면서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 같은 당국 내 엇박자가 기재부의 구두 개입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향후 외환 당국 수장을 맡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도 최근 환율 급등세에 대한 외환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한은과의 ‘합’이 잘 맞을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추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에 대해 기본적으로 시장을 존중하겠다면서도 “변동성이 심할 때는 외환 당국자로서 당연히 시장 안정과 관련된 여러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기재부 1차관으로 재임했던 2013~2014년에도 시장 불안에 대해 강력한 구두 개입을 하는 편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정 당국과 통화 당국 각각의 역할이 있는 만큼 환율 정책 관련 방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환율 급등세가 심상치 않은 만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외환 당국의 인위적인 개입을 통한 환율 방어는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까지의 발언보다 외환 당국이 실제 어떻게 정책을 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05-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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