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맨 부커 상 수상자인 애나 번스가 시상자로 나선 찰스 왕세자 부인 카밀라 공작 부인과 얘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
PA통신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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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그룹은 매년 160만 파운드(약 23억 6600만원)란 거금을 이 상에 후원해왔지만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불편한 사이임을 노출해왔다. 지난해 작가 세바스티안 폴크스는 이 헤지펀드를 “적”이라고 공박할 정도였다. BBC의 아트 부문 편집장인 윌 곰퍼츠는 헤지펀드가 매년 상당한 액수를 지원하는데도 자신들이 푸대접받는다고 느껴왔다며 “시장이 안정되면 새 스폰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커상 재단이 확신한다는 얘기를 듣고 실망해 그 소식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1969년 제정된 이 상은 영어로 쓰이거나 영국에서 출판된 책들 가운데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처음 상금은 5000파운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밀크맨’으로 수상한 애나 번스는 상금 5만파운드, 후보 명단에 오른 이들도 2500파운드씩 챙길 정도로 상금 액수가 늘었다.
맨 그룹과 이견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처음에 대영제국, 아일랜드, 영연방에 속한 국가들로 대상을 한정했다가 2014년 다른 나라들로 확대해 그 뒤 다섯 수상자 중 둘이나 미국인이 선정되면서였다. 두 차례나 수상한 피터 캐리는 규정 변경에 비판적이었는데 “문화적 취향”을 잃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버드송’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거느린 폴크스는 팟캐스트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맨 그룹이 “문학상을 후원해선 안될 부류의 사람들이며 그들은 오히려 문학상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사람들이며 나 역시 그들로부터 돈을 받아도 하나도 즐겁지 않을 것 같다”고 극언을 했다.
루크 엘리스 맨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곧바로 “그의 언급은 예술 분야에서 공적 기금이 발을 빼는 상황에 나온 것”이라며 “문학과 예술은 공적 자금이 철수하는 분야에 챔피언들을 (제대로) 모셔야 한다”고 응수했다. 맨 그룹은 지금까지 이 상을 후원하며 2500만 파운드(약 369억 7500만원)를 상금과 기부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부커상 재단은 새 스폰서와 협상 중이며 새 후원자가 내년 대신할 것임을 확신한다며 올해 맨 부커 상과 맨 부커 인터내셔널 상 모두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헬레나 케네디 재단 이사장은 “맨 그룹의 기여에 감사한다는 기록은 남겨둘 것”이라면서도 “모든 좋았던 일은 끝에 다다랐고 우리는 이 상을 새로운 후원자와 함께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 것을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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