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표차… EU “추가양보 없다” 강한 유감
메이, 브렉시트 취소·제2 국민투표 언급오늘 ‘노딜’ 반대 땐 내일 ‘시한 연장’ 표결
영국 하원이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을 또다시 부결시켰다. EU는 영국에 추가 양보는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제 영국은 ‘합의 없는(노딜) 브렉시트’ 또는 브렉시트 연기 수순을 밟게 됐다. 잇단 승인 투표 부결로 리더십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취소,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두번째 승인 투표도 안전장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메이 총리는 지난 11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영국이 영구적으로 ‘안전장치’에 갇히지 않게 한다는 법적 문서를 작성하고 안전장치 기간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는 권한을 영국에 부여한다는 내용의 보완책 마련에 합의했다.
그러나 EU 측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투표 직전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상이 “안전장치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합법적 수단이 없다”며 보완책의 실효성을 부정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 부결 직후 “EU는 우리가 브렉시트 취소를 원하는지, 아니면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원하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융커 위원장 측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그리고 어제 EU가 영국 측에 제공한 추가적 보장책을 고려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더는 없다”면서 “영국이 이 교착상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밝혔다. 메이 총리는 13일(한국시간 14일 새벽) 노딜 브렉시트로 갈 것인지 여부를 하원 표결에 부친다.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면 14일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놓고 투표한다.
EU의 관심은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브렉시트 시행 연기를 요청할 것이냐에 쏠려 있지만 영국 야당인 노동당은 브렉시트 취소 및 EU 잔류를 염두에 둔 제2 국민투표와 조기 총선을 주장하고 있어 불확실성만 가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정치가 붕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탈퇴 합의 실패는 심각한 결함을 지닌 그의 협상 전략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고, 가디언은 “정부가 주요 정책에서 하원에 두 번이나 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메이 총리의 퇴출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9-03-14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