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널드는 지난 2009년 아이슬란드에서 모든 점포 문을 닫았다. 긴긴 밤을 지새야 하는 히요르투르 스마라손이란 남성은 맥도널드 치즈버거와 감자 프라이로 이뤄진 자신의 마지막 해피밀 세트가 10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졌다. 해서 유리 캐비넷 안에 넣고 10년을 기다리다 이번 주 버거를 열어보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소셜미디어에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유튜브를 뒤졌는데 아직 영어로 검색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아이슬란드 남부 스노트라 하우스란 호스텔에서 일하는 그는 “맥도널드는 절대 썩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해서 진실인지 아닌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AFP 통신에 털어놓았다. 호스텔 주인 시기 시구르두르는 B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먹는 걸 갖고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재미있다. 곰팡이도 피지 않았다. 그저 종이 포장지가 오래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호스텔 측은 세계 각국에서 여행 온 이들이 이 햄버거를 실물로 영접하겠다고 찾아오고 있으며, 동영상을 보는 이들도 하루 4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별 시덥찮은 일로 쏠쏠한 광고 효과를 만끽하는 것 같다.
10년 동안 버거와 프라이는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처음에 스마라손은 부러 빨리 썩으라고 그냥 차고 안의 플라스틱 가방 안에 뒀다. 3년쯤 지난 뒤에는 약간 변한 것 같다고 감지하고 아이슬란드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전문가들은 음식을 보관할 만한 장치가 없다고 판단해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수도 레이캬비크의 다른 호스텔에서 머무르다가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인터넷에서는 일대 논란이 벌어졌다. 한 트위터리언은 “다니던 고교의 보건 교사가비슷한 일을 했다. 하지만 선반에 넣어뒀다”며 “그는 미생물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흘러도 곰팡이가 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더라”고 적었다.
물론 이런 실험이 처음은 아니라고 BBC는 전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카렌 한라한인데 1996년 햄버거를 사서 14년 뒤 봤더니 구입한 날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0년 뉴욕의 사진작가 샐리 데이비스는 해피밀 세트의 6개월 뒤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썩지도, 냄새가 고약하지도, 구더기가 생기지도 않더라며 어떤 맛이 간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유튜브에도 버거와 프라이를 구입했을 때와 두 달 뒤를 비교하는 동영상이 800만 뷰 가까이를 기록했다. 맥도널드는 2013년 “적절한 환경이라면 우리 버거도 다른 많은 음식처럼 부패할 수 있지만 메마른 조건이라면 곰팡이도 박테리아도 피지 않아 썩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뵈른 아달뵤르손 아이슬란드 대학 식품공학과 선임강사는 AFP에 “습기가 없으면 식품은 그저 말라갈 뿐”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