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로이터 연합뉴스
브론테 세 자매 가운데 맏이였던 샬럿은 1830년에 여섯 권의 “작은 책들”을 집필했다. 책들의 표지에는 ‘젊은 남정네 잡지’란 야릇한 제목이 붙여져 있었다. 지금까지 다섯 권이 전해지는데 네 권은 웨스트 요크셔주 하워스에 있는 샬럿의 옛 집을 꾸민 파소나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그런데 지난 2011년 소더비 경매에 다른 한 권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가로 35㎜, 세로 61㎜ 밖에 안 되며 스무 쪽 밖에 안된다. 하지만 브론테 박물관은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다른 이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에 따라 브론테 재단은 이 책을 되찾기 위해 60만 유로 모금에 나섰다. 1000명 이상이 돈을 내겠다고 약속했는데 요크 태생인 데다 박물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영화배우 주디 덴치, 그녀와 마찬가지로 백작부인 작위를 갖고 있는 재클린 윌슨과 트레이시 슈발리에 등 유명인들이 앞장섰다.
그런데 경매에 이 책을 내놓은 사람은 샬럿이 갖고 놀던 장난감 병정, 가족들이 ‘글라스 타운’이라고 했던 상상의 마을에 관한 문서 등을 끼워 78만 유로를 달라고 했고 결국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경매를 통해 박물관은 낙찰 받았다.
화가 조지 리치먼드가 그린 샬럿 브론테 초상.
이 잡지 중에는 살인자가 희생자들의 혼령에 쫓겨 미쳐 머리맡에 일어난 불이 침대 커튼에 붙어 화재로 번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17년 뒤 집필한 제인에어에 버사와 에드워드 로체스터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으로 연결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덴치 이사장은 올해 초 “어릴 적 브론테 자매들이 지어낸 이 작은 책들에 오랫동안 매료됐다”며 “이 작은 작품들은 그들이 내재하고 있던 상상 속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법의 문 같으며 명망 있는 작가로 발돋움하려는 자신들의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브론테 재단은 브론테 자매의 책과 같은 희귀 유물들을 수집하는 회사를 차려 다단계 판매 기법으로 투자금을 모은 뒤 수익이 나면 분배하겠다고 고객을 꼬득인 프랑스 기업인 제라르 레리티어와 그의 기업 아리스토필이 제안하고 접근해왔지만 이를 뿌리쳤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기업은 2014년 규제 당국의 폐쇄 조치를 받아 파산했으며 프랑스인 1만 8000명이 사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